투기용 1주택 규제 예고
강남 이어 타깃 확장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강남, 용산 등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는 통계가 나온 후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투자·투기용 1주택을 정조준하는 내용을 남겼다. 다주택자를 압박해 매물이 나오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2년 만에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자 '비거주 1주택자'를 본격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서울과 인접 지역 내 매물 출회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3구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 하락세는 최근 들어 두드러진 모습이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리더스원' 전용 74㎡ B형 매물은 전날인 26일 34억5000만원에 나왔다. 같은 단지 전용 59㎡가 35억원 호가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동일 평형대 매물이 36억~38억원 수준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2억원 이상 낮춘 '급매'다. 74㎡ A형 매물도 지난 25일 매물을 내놓은 뒤 하루 만에 호가를 1억원 낮췄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4월 10일 전에는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급매 물건이 빠르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도 비슷하다. 압구정동 현대 8차 91동 전용 111㎡ B형 매물은 지난 12일 58억원에 등록된 뒤 13일 만에 호가를 3억원 낮췄다. 이전 거래가가 62억원까지 형성됐던 점을 고려하면 하락 폭이 크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38㎡ C형도 지난 10일 21억원에 나왔다가 사흘 만에 1억5000만원 떨어졌다.
이 대통령이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건 다주택자들이 처분에 나서며 매물이 늘어나는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9263건으로,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공식화했던 1월 22일(7256건)과 비교해 약 2000건(21.9%) 늘었다.
반면 거래는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월26일부터 최근까지 한 달간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거래는 345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886건) 대비 80%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등록까지 일정 기간 시차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해도 전반적인 거래 위축 흐름은 뚜렷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거래량을 비교하면 6307건에서 3432건으로 46% 정도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강남 3구나 용산구의 거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강남 3구가 그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가격 하락은 한강벨트 등 다른 자치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투자·투기 1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나올 세금 부담 인상 폭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가 중과되면 차익의 최대 82.5%까지 세금으로 부과하는데 그 수준보다도 '버티는' 비용, 즉 보유세를 더 높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령 은마아파트를 10년간 보유해 16억원 정도 차익을 얻은 3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 이후 세금 부담은 11억~1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3주택 합산 공시가격이 50억원 수준이라면 보유세는 1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연간 집값 상승률이 3% 정도면 버티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양도세 산정 과정에서 보유나 거주에 따라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데 보유와 관련해선 공제율을 깎거나 없앨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1주택자는 본인 집에 들어가거나 매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투자용 비거주 1주택'이 시장에서 많은 물량은 아닐 텐데, 가령 올해부터 2주택까지 확대된 간주임대료(전세보증금에 대한 이자만큼을 과세하는 제도)를 1주택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여기에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 등이 확정되면 대상자로서는 매도든 실거주든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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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이 다가올수록 이들 지역에서 가격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아직 양도세 중과까지 2개월 남았고 천천히 매도하겠다는 이들도 있는데 단기간에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 폭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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