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산 스타트업 100개 육성'
방산펀드·투자 유치 등 줄지어
엑시트 불확실성·데이터 병목은 과제
방산이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유망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방산 스타트업 100개 육성' 목표를 제시하면서 자금 흐름도 꿈틀거린다. 일부 VC는 드론·AI·무인체계 스타트업을 검토 리스트에 올려두고 있다. 방산혁신펀드로 수십억원대 투자를 유치하거나, 방산 수출과 방산 스타트업을 겨냥한 정책형 펀드 입찰에 적극 참여하는 등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27일 VC업계에 따르면 컴투스 계열 VC 크릿벤처스는 드론 전문기업 '유비파이(UVify)'에 최근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크릿벤처스·유비파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50만 드론 전사 양성' 등 국방 드론 정책에도 참여해 민간과 국방이 연계된 기술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군집 AI 기반 항공·방산 플랫폼 기업 파블로항공도 기업공개(IPO)를 앞둔 마지막 투자 단계인 '프리 IPO 브릿지'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11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정부 역시 방산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신호탄을 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3일 '방산 스타트업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방산 스타트업 100개사, 방산 벤처 1000억 기업 30개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방산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는 약 13조원 규모의 '넥스트유니콘 프로젝트 펀드'와 1600억원 대의 'K-방산 수출펀드'가 담당한다. 한국성장금융이 올해 첫 출자사업으로 택한 것도 '방산'이었다. 7곳의 위탁운용사(GP)가 도전장을 냈는데, 한화자산운용이 26일 선정됐다.
방산을 보는 달라진 눈
전통적으로 방산은 대형 기업 중심의 정부 수주 산업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전장은 달라졌다. 드론, 인공지능(AI), 자율로봇, 데이터 분석 같은 첨단 기술이 실전에서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미국에서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안두릴 인더스트리즈 같은 기업이 실리콘밸리 자금을 토대로 방산·안보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들 기업은 국방과 민간 수요를 모두 겨냥하는 '듀얼유스(Dual-use)' 모델로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방산에서 검증된 기술이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 여력도 크다.
이 같은 전환은 방산을 단순 제조업이 아닌 기술 기반 산업으로 재해석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는 VC의 관심으로 자연히 이어지고 있다. 투자 대상으로 방산의 장점은 분명하다. 국방부는 대규모 예산을 운용하는 가장 안정적인 '고객'이다. 한번 납품사로 선정되면 장기 계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수익 가시성이 높다. 인증·보안·규제 장벽이 높은데, 이는 역설적으로 일단 진입하면 강력한 해자(moat)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VC가 방산을 탐색하는 또 다른 배경은 중국 의존도 감소와 지정학 리스크 회피라는 요소다. 한 VC 관계자는 "국내외 자금이 중국 노출도를 줄일 수 있는 산업을 찾고 있다"며 "안보·국방 테크는 공급망과 보안 리스크가 비교적 명확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각국의 국방 전략과 기술 주권 확보가 투자 논리로 결합되는 모양새다.
방산 투자의 구조적 장벽들
다만 VC의 방산 투자에는 걸림돌 또한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투자의 사이클이 길다. 규제와 보안 심사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일반 VC 펀드의 회수 타임라인과 맞지 않는 것이다. 엑시트 경로도 제한된 편이다. VC업계 관계자는 "방산 스타트업의 인수 후보자는 전통 방산 대기업들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특례 상장(IPO) 역시 쉽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많은 기관투자자(LP)들이 무기와 관련된 투자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으로 제한한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이런 LP 제약은 VC가 방산 펀드를 조성하거나 자금을 집행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이나 자금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데이터'를 지목한다.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으면 스타트업의 기술 발전도 제한된다. 그러나 방산 분야의 데이터는 보안 이슈와 맞물려 공개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데이터 접근이 제한되면 성능 개선이 더디고, 이는 매출 형성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이런 점은 기업가치 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 뜨는 뉴스
방산 스타트업 관계자는 "업체들은 실질적인 데이터가 필요해 더 많고 다양한 데이터를 요구하고, 군은 보안상 데이터를 제한적으로 제공하면서 충돌이 수시로 발생한다"며 "군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고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VC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 체계에 대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반도체 다음은 방산"…'한국판 팔란티어'에 수백억 쏟아붓는 VC[VC는 지금]](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20909031733509_1770595398.jpg)
!["반도체 다음은 방산"…'한국판 팔란티어'에 수백억 쏟아붓는 VC[VC는 지금]](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120208372539215_1764632245.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