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금통위]불안한 '동결' 결정‥한미 금리 역전되나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강구귀 기자]"향후 인상 속도가 관건이다."15일 새벽 미국 금리의 인상 소식이 전해 진 후 경제 전문가들이 일제히 내놓은 평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를 현 1.25%로 동결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점검하기 위해 우리 금리를 일단 묶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그간 통화정책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은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기조로 내세우며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 카드를 번갈아가며 써왔다. 미국이 9년6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한 작년 12월 이후에도 이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올 6월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며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한 것도 그래서였다.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좀 달라졌다. 그동안 한은은 미국 금리가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봤다. 지난 9월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가 근거였다. 당시 연준은 내년 기준금리 예상 인상 횟수를 2회로 적시했다. 3개월 후 이 점도표에 변화가 생겼다. 바로 내년 기준금리 예상 인상 횟수가 3회로 높여진 것. 미국이 예고대로 기준금리를 3차례 올리고 한국이 금리 동결을 지속한다면 한ㆍ미간 금리 역전도 가능하다. 현재 미국 금리는 연 0.5~0.75%며,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25%다. 한국이 금리를 동결한다는 전제하에 미국이 2번만 더 올리게 되면 미국 금리의 상단과 똑같아 진다. 예고대로 3차례 인상에 나선다면 미국 금리는 1.25~1.50%로 우리보다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도 인상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한미간 금리가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면 자본유출을 방어하기 힘들어진다. 실제 작년 12월 미국의 1차 금리 인상 당시 3개월간 6조3340억원이 빠져나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됐던 최근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상장주식 1조19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당장 미국금리 인상은 한국 내부사정 때문에 충격이 있는 만큼 원ㆍ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높게 올라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압박도 있는 만큼 빠르면 다음달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문제는 금리 인상 카드 역시 여러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금리를 올리면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올 9월말 기준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비중이 59%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00조∼800조원이 변동금리형으로 추정된다. 만약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간다면 가계의 이자부담도 연간 7조∼8조원 더 늘게 된다. 설상가상 집 값 마저 떨어진다면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수도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금리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의 선택지가 좁다는 점에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는 예상보다 빨리 올라고 있지만 우리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하반기 이후에도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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