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8개월 맞은 정승 식약처장
정승 식약처장
[대담 =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제 집행기관이 아닌 정책기관입니다. 식품의 생산부터 제조, 수입, 유통, 소비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과 시스템을 정착시켜나가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초대 수장인 정승 처장이 취임 18개월째를 맞았다. 식약처는 박근혜 정부 들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서 국무총리실 아래의 '처'로 승격됐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식품안전관리의 컨트롤타워를 맡으면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생활 밀착형 조직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여기에 기존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안전관리는 물론 주류 위생관리까지 책임지면서 위상도 커졌다.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만난 정 처장은 어린이집 급식 등 외식 문화 확대에 따른 시설의 안전관리를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꼽았다. 또한 U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선제적 지원, 주류에 대한 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HACCPㆍ해썹) 도입, 의약품 기준의 국제화 등도 역점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급식 국가가 책임진다" = "어린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만큼 전국의 어린이집 급식은 국가가 책임질 것입니다." 정 처장은 어린이집 급식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며 '국가가 책임질 것'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어린이 먹거리의 관리 수준이야말로 선진국의 바로미터라는 철학에서다. 전국의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식자재와 조리법 등을 관리해주는 어린이집 급식센터를 대폭 확대한 것도 그래서다. 당초 2018년까지 전국에 100개 급식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미 지난해 모두 달성했다. 향후 센터를 꾸준히 확대해갈 방침이다. 정 처장은 "어린이집 급식센터를 통해 식품 위생과 영양 기준을 강화하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 처장 취임 이후 전국이 들썩일만한 식품 관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만두 파동을 비롯해 식품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던 과거와 대조적이다. 정 처장은 '선제적 식품관리 시스템'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전체 식품업체 가운데 절반 가량이 해썹 인증을 받도록 하는 등 식품사고를 유발할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해썹은 정부가 식품의 안전을 담보하는 제도로, 생산부터 식탁에 오를 때까지 전 과정에서 깐깐한 기준을 통과해야 인증받을 수 있다. 정 처장은 "사전 예방적 안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이지 않는 안전시스템이 구축되고 깐깐하게 작동할 때 식품의 안전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외식 업체 전반으로 해썹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외식 시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식도락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식품에 대한 해썹만으로는 먹거리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정 처장의 지적이다. 조리 과정에서의 위생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어린이집 급식부터 학교급식, 사회생활에서 외식, 경로당 급식 등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급식과 외식"이라면서 "특정 사람이 해주는 음식을 특정 장소에서 대규모 인원이 먹는 사회로 바뀌면서 조금만 관리가 허술해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 조리 과정에 대한 정부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썹은 소주와 맥주 등 주류에도 도입된다. 최근 논란이 된 OB맥주 '카스'의 소독약 냄새에 대한 대응책이다. 정 처장은 "카스맥주의 산화취가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하지만 과학적인 안전과 심리적인 안심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지구의 70억명 인구 중에서 단 한명에게 문제가 생겨도 그 한명이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U헬스기기 가이드라인 先 마련 = 건강 관련 웨어러블(Wearable)기기가 늘어나는 데 대응해 관련 가이드라인도 신속하게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정 처장은 U헬스 등 건강 관련 스마트 기기 산업이 정부 규제로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산업체와 정부, 학계 전문가들이 제품이 나오기 전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먼저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S5'에 부착된 심박수 측정기가 의료기기인 만큼 식약처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규정 때문에 출시를 늦췄고, 이후 식약처는 심박수 측정기 등은 의료용으로 사용될 때마 허가를 내주는 내용으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정 처장은 "지금도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것이 현실에 맞는지 상시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제가 제기될 때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세계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산업계와 정부, 학계 전문가가 모여 논의하는 위원회는 있었지만 비정기적인 만큼 이번에 상설기구로 만들어 논의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다만 정 처장은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게 위한 규제는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식약처의 수준이 곧 산업체의 수준"이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허가해준 것은 믿을만하다는 믿음을 주지 않으면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믿음도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깐깐하게 규제해야 우리 제품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향상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 가입한 세계의약품실사기구(PIC-Sㆍ픽스)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가입된 이 국제기구는 제약업계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격이다. 정 처장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단 기간 픽스에 가입한 국가"라며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제 기준과 우리나라의 기준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단 기간 픽스 가입은 우리나라의 의약품 관리 수준이 국제적 수준임을 의미한다. 또한 정 차장은 "우리 기업이나 조직이 각종 국제협의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바이오나 화장품 등 우리나라가 강한 산업군의 기준을 세계 무대에서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의지도 피력했다.정승 처장은 ▲1958년 전라남도 완도 출생 ▲1977년 광주동신고 졸업▲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합격▲1981년 전남대 경제학 학사 졸업 ▲1989년 아이오와주립대학원 행정학 석사 ▲2009년 농림부 식품산업본부장 ▲2010년~2011년 농림부 제2차관▲2011년~2013년 한국말산업중앙회장▲2013년 3월~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리=지연진 기자]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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