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관련된 문제는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정확한 기준을 알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위약금 문제 역시 많은 사람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실제 제도나 규정과는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
헬스장, 통신서비스, 온라인 강의, 각종 구독 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듣는 말은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안내이며,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도해지 수수료가 항상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오해와 사실을 공공자료와 공식 기준을 바탕으로 정리해 봤다.
계약서에 적혀 있으면 위약금은 무조건 내야 한다?
많은 소비자는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명시돼 있으면 예외 없이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계약 내용이라 하더라도 관련 법령이나 소비자 보호 기준에 어긋나는 조항은 제한될 수 있다.
대표적인 분쟁 사례가 헬스장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피해구제 사례를 보면, 장기 회원권을 결제한 뒤 개인 사정으로 해지를 요청했지만, 사업자가 '특가 상품은 환불 불가'라며 거부하거나, 잔여기간 이용료 전액을 위약금 명목으로 요구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예컨대 12개월 회원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등록했는데 한두 달 만에 해지를 요청하자, 정상가 기준으로 위약금을 다시 계산해 환급액이 거의 남지 않도록 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계약서에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위약금이 실제 손해 범위를 넘는지 여부는 별도로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도해지 수수료는 '벌금'이 아니라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 성격에 가깝다. 따라서 손해와 무관하게 과도하게 책정된 금액은 분쟁 조정 과정에서 감액되거나 조정되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다툼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계약서와 약관에 명시된 위약금 산정 방식을 확인하고, 사업자에게 계산 근거를 요청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구두 설명과 계약서 내용이 다를 경우 문자·녹취·안내문 등 증빙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업자와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소비자 상담을 통해 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나 지방자치단체 소비자 상담 창구를 통해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약관의 적정성이나 위약금 수준이 합리적인지 검토가 이뤄진다.
분쟁 조정은 강제력은 없지만, 상당수 사례에서 합의에 이르는 통로로 활용된다. 계약서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전액을 부담하기보다, 산정 기준과 법적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도해지 수수료는 사업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중도해지 수수료는 계약에 따라 달라지지만, 아무 기준 없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나 방문판매의 경우 일정 기간 내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이 기간 안에는 별도의 위약금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또 서비스 이용 개시 전 해지인지, 일부 이용 후 해지인지에 따라 부담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업종에서는 총 계약금에서 이용한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과 합리적인 범위의 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환급하도록 하는 기준이 적용된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체육시설·학원 등 장기 계약 업종의 약관을 점검해, 중도 해지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환불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조항에 대해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프로모션 상품은 환불 불가'와 같은 문구가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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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것은 계약서에 '위약금'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느냐가 아니라, 그 산정 방식과 범위가 합리적인지 여부다. 계약 체결 전 위약금 계산 기준과 환급 방식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첫걸음이 된다.
박지수 인턴기자 parkjisu0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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