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주기자
김남일 실천문학 대표
“요즘 사람들에게는 정보가 넘치죠. 그런데 정보는 일방적이어서 사유할 틈을 쉽게 주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만 쏙쏙 받아들이면 되니까요. 그러나 인간이 지성을 발휘하고 감성을 어루만질 여지를 주는 ‘이야기’야말로 디지털 세상에 인간성을 불어넣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내다본 발터 벤야민은 이미 100년 전에 ‘정보’와 ‘이야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죠.” 사는 게 바쁘고 힘든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스며들 틈이 없는 건 아닐까 묻자, 김 대표는 옆에 있던 도자기를 가리켰다.“도자기를 보고 ‘얼마짜리야?’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훈련된 결과일 겁니다. 그러나 잠시 숨을 골라 도자기 만든 사람의 숨결과 손때를 상상하는 것, 이야기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죠. 사는 게 힘든 독자들마저도 스토리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작가들에게 있습니다. 그 서사의 힘을 믿고 출판인들은 좋은 이야기를 부지런히 발굴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좋은 책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야 잘 팔릴까. 모든 출판인들의 갈등 한가운데 있을 질문으로 돌아갔다. “대중성을 규정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흔히 ‘쉽고 가벼운 것’이 대중적인 것이라 판단하기 쉬운데 오해입니다. ‘작정하고’ 펴내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사례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대중을 함부로 판단하기보다는 우리의 방식 안에서 소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른바 ‘힐링’을 콘셉트로 잡더라도, 예컨대 고공농성하는 노동자를 위로하는 이야기는 모두의 지친 마음을 동시에 위로하는 것 아닐까요? 말하자면 ‘연대’하는 힐링이죠.” 김 대표는 서재에서 ‘탄광마을 아이들’이라는 동시집을 꺼냈다. 1990년에 1쇄를 출간하고 2012년 19쇄를 펴내기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그는 “탄광은 마냥 ‘예쁜’ 소재는 아니지만, 아이들이라고 현실 바깥에 있지는 않다”며 “탄광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따뜻한 삶을 꾸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힐링”이라고 말했다. 달콤한 말만이 힐링이 아니라는 그의 철학은 단단했다.“독자들이 ‘실천’이라는 말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이 과거처럼 ‘시대의 메가폰’은 아니지만 여전히 소수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그릇이고 이러한 문학의 장을 펼쳐주는 것은 출판인의 몫이에요. 실천문학이 새로워지고 젊어지는 데 바탕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아직 밝히긴 어렵지만, ‘잘나갈’ 책이 상반기 하나, 하반기 하나 있다”고 귀띔했다. 시대를 껴안으며 독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할 새 책들을 꿈꾸는 출판인의 미소가 청연했다.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