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음악은 때로는 이념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죽음을 초월하기조차 하죠. 침몰하는 타이타닉 선상에서의 바이올린 연주를 기억하시죠. 오늘은 위대한 음악의 힘을 보여준 사건을 소개하려 합니다.사라예보 내전이 격화되던 1992년 5월 27일. 바로 오늘이죠. 빵을 사기위해 줄을 서 있던 사라예보 시민들에게 세르비아 민병대의 포탄이 떨어져 22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합니다.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오후 4시.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사건 현장에 나타납니다. 저격병들의 총구가 일제히 그를 향했지만 그는 천천히 가방에서 첼로를 꺼낸 뒤 알비노니(Albinoni)의 '아다지오'를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이 남자는 22일 동안 같은 시간에 정확히 나타나 연주를 했죠. 22명의 사망자 한 명 한 명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라예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 '베드란 스마일로비치'였습니다. 그의 목숨을 건 연주는 사라예보 시민들에게 희망과 의지를 심어주었죠. 그로 인해 시민들의 사기가 오를까 걱정이 된 세르비아 점령군은 저격병을 보내기로 했고, 이에 맞선 시민저항군은 국가대표 사격선수 여성에게 이를 보호하도록 임무를 줍니다. 다행히 세르비아 저격병은 끝내 총을 쏘지 않았고, 그는 22번의 연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감동 스토리는 캐나다의 작가 스티븐 겔러웨이에 의해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라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죠.같은 해(1992) 걸프 전이 벌어졌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생존자들도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 때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주빈 메타가 두려움과 절망의 나날을 보내는 주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나섰습니다. 주민들에게 공연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이 주로 야간에 이뤄졌기 때문에 낮에 연습했으며 이스라엘 주민들에게는 방독면을 갖고 공연을 보러 오도록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공연 중에 방공호로 뛰어가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죽음의 공포가 휩쓸고 도저희 집중할 수 없는 연주회였지만 음악회분위기는 진지하고 뜨거웠다고 합니다.놀라운 일은 이 같은 죽음을 무릅쓴 공연에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이스라엘로 날아와 동참했다는 점입니다. 아이작 스턴, 예핌 브론프만, 다니엘 바렌보임, 이차크 펄만 등등 내로라하는 유태계 음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섰던 것입니다.음악은 참으로 위대합니다.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itbri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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