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약 광고전쟁…우리 자제합시다

'인사돌'이 '이가탄'에 10년 싸움 휴전 제의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약 먹고 갈비 뜯으니 속이 다 시원하네." "잇몸이 건강해서 트럭도 끌 수 있어요." 10년째 이어져 온 인사돌과 이가탄의 '과장광고' 경쟁이 막을 내릴 지 관심이다. "자제하자"며 먼저 손을 내민 쪽은 인사돌의 이영욱 동국제약 사장이다. 당황한 이행명 명인제약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동국제약은 지난 14일 인사돌 TV광고를 교체했다. 약만 먹는다고 잇몸병이 다 낫는 게 아니라 '치과치료도 함께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회사 내부에서 임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먼저 시도해보자는 제안에, 이 사장이 "리딩 브랜드로서 공익적 메시지를 전달할 때가 됐다"며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뀐 광고가 전파를 타기 전, 이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올바른 잇몸질환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며 공익성을 강조했다.
공을 넘겨 받은 이가탄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후발주자인 이가탄은 인사돌의 아성을 깨기 위해 물량공세를 퍼부어왔다. 때문에 각종 무리수도 서슴지 않았다. 2000년부터 몇 년간 방송된 광고는 과장광고의 대명사라는 질타를 받았다. 2000년 광고모델이 이가탄을 먹고 치아로 트럭을 끄는 '트럭편'을 비롯해 그 다음해 나온 '서커스편'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흐름은 피사의 사탑을 끌어당기는 '피사의 사탑편'(2002년)에서도 이어졌다. 최근엔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약 복용만으로도 잘 씹고 뜯을 것처럼' 묘사하는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한편 2009년 매출액 941억원을 기록한 명인제약의 이가탄 광고비용은 연 200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이가탄의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업계는 20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출혈광고를 이어가는 셈이다.명인제약이 광고에 큰 공을 들이는 것은 이행명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사장은 이가탄 광고제작 전반을 직접 챙기는 걸로 유명하다. 광고대행사와의 회의에도 참석할 정도다. 때문에 명인제약이 동국제약의 '휴전' 제의를 즉각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새로운 광고계획에 대해 아직 별다른 내부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문제는 과장광고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두 제품 모두 누구나 손쉽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약을 먹어 증세가 다소 가라앉으니 치과치료를 미루고, 이것이 질병 악화로 이어지는 구도다.한 치과 개원의는 "잇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병원을 찾지 않거나 단순히 잇몸약만 복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잇몸약은 치과 치료와 병행하면 좋은 보조제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치석은 그대로 두고 잇몸 염증치료제를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염증은 가라앉겠지만 결국 재발할 수밖에 없다"며 치과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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