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파워K-우먼]폐점 위기 지점을 전국 1등으로…변화·도전 즐기니 기적 됐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33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강신숙 Sh수협은행장
현장경험 풍부한 영업통
고객관리 노트 쓸 정도로
친화력·세심함이 무기

최초 여성 지점장부터
본부장·부행장·등기임원까지
수협 유리천장 모두 깨고
입사 40여년만에 은행장 올라

지주사 전환 앞둔 수협
초심 잃지 않고 끈기있게 노력
대형 시중은행과 당당히 경쟁

[파워K-우먼]폐점 위기 지점을 전국 1등으로…변화·도전 즐기니 기적 됐다
AD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기회는 준비된 두뇌만 편애한다.’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이 평소 가장 좋아하고 또 가슴에 새기고 있는 문구다. 강 행장은 1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성차별을 탓하기보다 나 자신을 성장시키며 변화와 도전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 행장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수협 내부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초 여성 지점장, 최초 여성 본부장, 최초 여성 부행장, 최초 여성 등기임원 등 매번 수협 내부의 유리천장을 깨뜨렸다. 1979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신입사원 ‘강양’에서 시작해 40여년 만에 은행의 최고 자리인 은행장에 올랐다. 그는 상대방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친화력과 세심함을 무기로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당당히 ‘여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금동 지점의 기적

강 행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영업통이다. 특히 오금동 지점의 기적을 만들어낸 그의 열정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강 행장은 폐점 위기에 놓인 지점을 전국 1등 영업점으로 만들었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는 2001년 실적이 부진해 벼랑 끝에 몰렸던 오금동 지점에 지점장으로 부임했다. 강 행장은 당시 수신고를 2배로 끌어올렸고, 여신도 3.5배 넘는 수준으로 늘려 실적 1위의 주력 지점으로 바꿔놨다. 오금동 지점은 그가 지점장으로 있던 2년 동안 8분기 연속 실적 1위를 달성했다. 이후 강 행장은 서초동 지점도 15분기 연속 전국 1위에 올려놨다.


물론 이런 영광의 뒤편에는 강 행장이 맞닥뜨렸던 고난의 과정이 있었다. 강 행장은 "당시 지금의 유리천장 이상의 거대한 벽이 느껴질 만큼 남성 우월적인 문화가 팽배했다"며 "특히 술이나 음식 문화에서 더욱 심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한 고객이 멀리서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지점을 방문했고, 강 행장은 고마운 마음에 식사를 대접했다. 그런데 하필 그가 원한 메뉴는 보신탕이었다. 강 행장은 "당황했지만 못 먹는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부추에 싸서 제대로 씹지 않고 삼켰다"며 "그 고객이 식사 자리가 마음에 들었던지 오랜 기간 최우수 고객으로 함께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강 행장은 고객과의 만남에서 얻은 정보를 ‘고객관리 노트’로 만들 정도로 세밀한 영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경영 노트’를 만들도록 했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조직과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생각에서였다. 강 행장은 "금융권은 상당히 보수적이라 여성이 설 자리가 많지 않은 곳"이라며 "제가 가진 경쟁력은 고객과 마음을 나누는 공감과 감성 코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말에 토끼는 귀를 잡아야 하고, 닭은 날개를 잡아야 하고, 사람은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며 "사람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가지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워K-우먼]폐점 위기 지점을 전국 1등으로…변화·도전 즐기니 기적 됐다

워킹맘으로 사는 법

강인해 보이는 강 행장도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는 1남 1녀의 엄마이기도 하다. 화곡동 지점에 근무하던 시절 첫 아이를 가진 강 행장은 1시간30분이 걸리는 출퇴근길을 매일 반복하다 난처하게 됐다. 병원에서 ‘아이와 직장’ 중 하나를 택하라는 말도 들었다. 강 행장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였다"면서 "둘 다 포기할 수 없었는데 다행히 영업점 동료들이 업무를 분담해줬고, 가족들도 도와줘서 끝까지 버텼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워킹맘이라 눈물을 삼켜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아이들이 한창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때 오롯이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는 자책이 들 때가 그랬다. 특히 오금동 지점장 시절엔 고객을 찾아다니느라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다.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사무실에도 데리고 출근하면서 ‘일하고 있는 엄마’를 보여줬고 자녀들을 이해시켰다.


그는 직장에서 힘들 때마다 지점장 시절 우연히 본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당시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라는 구절을 생각하면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작은 대추 한 알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포기하지 말고 참고 나아가자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대형 은행과 경쟁’ 첫 여성 행장의 도전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수협은행을 이끌어야 하는 강 행장은 새로운 도전을 맞았다. 특히 올해는 수협은행이 공적자금을 전액 상환한 후 맞는 첫해라 그에게 의미가 더 깊다. 나아가 수협은 2024년 수협금융지주로의 전환도 앞두고 있다. 강 행장은 자산운용사·캐피털사 등을 인수해 지주사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강 행장은 "수협은행을 경영하면서 근본으로 삼는 것은 ‘초심불망 마부작침’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끈기 있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의미"라며 "수협은행이 대형 시중은행과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취임하면서 수협은행의 후배들에게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주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취임 이후 고객지원센터·금융센터 등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목소리를 듣는 소통 경영도 이어가고 있다. 강 행장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 즐거워야 하고 직원들이 일과 직장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미래 그리고 행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올 한해 직원들을 더 많이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 경청해 수협은행을 더 행복한 일터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우리 사회 여성 직장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뭘까. 그는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끊임없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면 언제 찾아올지 모를 단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다"며 "특히 역경과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이 나타나게 마련이고, 준비된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단 있게 일하고 저변을 넓혀가다 보면 분명 원하는 분야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강신숙 행장은 누구?


강신숙 행장은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당당히 여성 리더의 자리를 구축한 인물이다. 1961년생인 그는 전주여상을 졸업하고 1979년 19살 나이로 수협에 입사했다. 이후 서울사이버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원 행정학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강 행장에게는 '최초 제조기' '수협의 얼굴' 등 각종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02년 설립 40주년을 맞아 제작한 이미지 광고 모델로 연예인 대신 당시 나이 마흔살로 수협과 동갑이던 강 행장이 선택되면서 수협의 얼굴이 되기도 했다. 강 행장은 서초동 지점장, 개인 고객부장, 광역본부장, 마케팅 부행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16년에는 수협중앙회 첫 여성 상임이사로 발탁되면서 1962년 수협이 설립된 이후 54년 만에 첫 여성 등기 임원이 됐다. 지난해에는 최초의 여성 수협 은행장이 됐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