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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검사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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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2003년 3월9일 '검사와의 대화'. 노무현 대통령은 웃고 있었지만 얼굴에 서린 '노기(怒氣)'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검찰 개혁' 깃발을 앞세운 점령군. 검사들에게 참여정부는 그런 느낌이었을까. 평검사의 질문에는 고졸 비주류 출신 대통령을 향한 조롱의 시선마저 엿보였다.


평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순진한 접근이었는지도 모른다. 검찰 권한을 축소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저항에 부딪혔다. 검찰의 자기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하면 누구도 방어선을 넘기 어려웠다. 검사와의 대화 이후 16년, 역대 어느 정부도 검찰 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다.


검찰은 대한민국 권력 카르텔을 지탱하는 중요한 톱니바퀴다. 검찰을 활용하려는 세력, 그 생리를 너무도 잘 아는 검찰, 그들은 공생 관계를 토대로 서로의 영역을 확장했다. 국회의원 중에서 검사 출신이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 때문이겠는가. 누군가 검찰 권한 축소를 시도한다면 검사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의 저항을 넘어서야 한다.


[초동여담] 검사와의 대화 조국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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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 개혁의 역할을 맡겼지만 출발 지점부터 가시밭길이다. 검찰은 사활을 걸고 조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수사에 임하고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는데…." 검찰의 살벌한 검증대 위에서 살아남을 인물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검찰의 강고한 방어선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무관할까.


한때 '석국열차(윤석열+조국)'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개혁의 파트너가 될 것이란 진단이었지만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걸을지는 의문이다.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움직임에 맞서 '검란(檢亂)'을 일으켰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윤 총장이다. 그런 인물이 조직의 힘을 빼는 작업에 순순히 동의할까.



조 장관은 제2의 검사와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평검사들을 만나 검찰 변화의 추진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조 장관의 처지를 모를 리 없는 검사들이 법무부 수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까. 조 장관이 아무리 결백을 호소해도 검사들의 눈에는 언젠가 자신 앞에 설지도 모를 수사 대상자로 보이지 않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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