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올해 내내 계속 이어질 것
1년반만에 2%포인트 오를 가능성 높아
올해 물가 상승률 4.5%최고
살림살이 더 팍팍해질 것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월급은 그대론데, 물가는 뛰고 이자는 오르고…. 덜 사고, 덜 먹는 수밖에요. 주말 외식부터 줄여야죠"
워킹맘 이지현(41) 씨는 통장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2년 전인 2020년 5월 서울 강북구에 있는 아파트를 살 때 주택담보대출 3억원(30년 분할상환, 변동금리 적용)을 받았던 이 씨는 처음엔 매달 이자 60만원(연 2.45%)씩을 냈다. 6개월마다 한 번 씩 바뀌는 변동금리는 작년 상반기까진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 영향을 받아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달에 낸 이 씨의 이자는 68만원(연이자 2.91%)이었다.
이 씨는 돈을 빌렸던 은행에 찾아가서 금리가 이런식으로 오르면 앞으로 이자를 얼마나 더 내야하는지 물었다. 이 씨는 "어제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해서 올해 11월까지 기준금리가 세 번 오르면, 연 금리가 3.66%가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월 83만원으로 뛸 거라고." 말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이 씨가 처음 돈을 빌렸던 2년전보다 이자비용만 300만원 차이가 나게 되는 셈이다. "기름값이며 아이 학원비까지 안 오른게 없는데 어쩌라는건지…." 이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1.75%로 또 한차례 인상하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21년 8월부터 9개월동안 5차례 이어지고 있다. 이 씨와 같은 ‘영끌족’들은 6개월마다 한번씩 은행으로부터 받는 금리 통보가 무서울 지경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내 기준금리 2~3회 추가인상을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연 2.25∼2.50%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대해 "합리적 기대"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기준금리가 1.25%포인트 올랐는데, 2~3차례 더 올리면 1년 반만에 대략 2%포인트가 상승하는 셈"이라며 "3~4억원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연 이자부담이 수백만원씩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면 영끌족 뿐 아니라 자영업자 같이 코로나19로 어려워졌던 이들의 재정건전성이 가장 취약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발표한 ‘대출금리 상승이 가계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 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비용은 433만원에서 643만원까지 늘어 증가 폭은 약 210만원이었다"며 "이는 상용직 등 다른 종사상지위 대비 큰 폭이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도 "방역수칙보다 무서운 게 대출금리"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승민(43)씨는 주말 매출이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이었을 때에 비해 3분의 1도 안된다고 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하기 시작하면서 배달 주문 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3가게 문을 열 때 은행 몇 군데서 1억5000만원 대출을 받았는데 처음에 월 30만원이었던 이자가 지금은 65만원이 됐다"며 "배달 주문 건수가 밀려 있을 때는 상관없었지만,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드니 이자 낼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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