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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조절한 'ESG 공시'…스코프3는 3년 유예, 기후금융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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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제도화 및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 살펴보니
기업 부담 고려해 유예·초기 면책 등 제도 안착에 무게
790조 풀어 녹색전환 충격 완화...지원 병행

정부가 25일 공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로드맵은 국제 기준에 맞춰 스코프3(가치사슬 전반 배출량)까지 의무화하되, 기업 부담을 고려해 3년 유예와 초기 면책을 허용하는 등 '속도 조절'에 방점을 찍은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공급 계획을 제시하며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이번 ESG 제도화의 핵심은 '국제 정합성'과 '현실적 이행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했다는 점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토대로 공시기준을 마련하는 동시에, ESG 공시 적용 대상과 방식은 단계적으로 설계했다. 2028년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점점 범위를 넓히고,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로 운영하면서 추정치 활용에 대해 면책(Safe Harbor)도 허용한다. 이는 제도 안착에 좀 더 무게를 둔 조치라는 평가다. 공시 첫해에 연결 기준 자산·매출 비중이 10% 미만인 국내외 종속회사를 공시 대상에서 제외한 것 역시 제도의 매끄러운 연착륙을 위한 조치로 읽힌다.


속도 조절한 'ESG 공시'…스코프3는 3년 유예, 기후금융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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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재계에서 우려해온 스코프3의 3년 유예다. 2028년 첫 공시 기업의 경우 2031년부터 의무가 발생하는 구조다. 스코프3는 직접·간접 배출을 넘어 공급망 전반을 포괄하는 만큼 산정 난도가 높고 협력업체의 준비 수준에 따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당초 2024년 공개됐어야 할 ESG 로드맵이 지연 끝에 이제서야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 협력사까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유예 기간 동안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의 우려와 달리 시장에서는 ESG 공시 도입이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인된다. 앞서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은 기업이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투명성, 신뢰성 문제로 이어져 결국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글로벌 추세에 발맞춘 ESG 공시 의무화를 촉구한 바 있다. 정부는 향후 자율적으로 공시를 이행한 기업에는 공시우수법인 지정 등 인센티브도 부여할 방침이다.


국내 ESG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현실적 절충'으로 평가하면서도 보완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ESG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 공시를 넘어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와 같은 금융기관 대상 공시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자본의 흐름을 결정하는 금융기관 공시가 맞물릴 때 비로소 기업의 자금조달비용 절감이라는 실질적 인센티브가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ESG 전문가 역시 공시 의무화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해 전반적인 실효성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스코프3의 2031년 편입은 당초 논의 수준에서 상당히 후퇴한 결과"라며 "긴 유예기간이 주어진 만큼 이 기간을 실질적 준비 기반 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측정방법론과 공시기준에 대한 철저한 가이드라인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ESG 전문가 역시 "속도 조절은 불가피했지만, 유예 기간 동안 데이터 신뢰성과 검증 체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제도 실효성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종 공시기준에서 정책공시 항목을 제외한 점을 짚어 향후 사회·지배구조 영역 보완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우선한 결정이지만, ESG 중 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 공시가 상대적으로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속도 조절한 'ESG 공시'…스코프3는 3년 유예, 기후금융도 확대

정부가 같은 날 발표한 790조원 공급(2026~2035년) 등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은 이러한 공시 의무화와 맞물린 '지원 패키지' 성격이 짙다. 이는 기존 계획(2024~2030년, 420조원)보다 기간과 금액 모두 대폭 확대한 것이다. 특히 해당 자금의 50% 이상은 지방에, 70%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녹색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책금융이 고위험·장기 자본이 필요한 기후금융에 선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산업계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민간자본의 적극적인 유입을 유도해 기후금융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책금융 확대가 실제 민간 투자 유인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명확한 기준과 일관된 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단순한 자금 공급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른바 '한국형 전환금융' 도입의 안착 역시 변수다. 철강·화학 등 고탄소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제도권 금융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지만, 전환 기준이 느슨할 경우 '그린워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산업계의 자금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EU의 개념체계를 벤치마킹한 K-Taxonomy(기후부) 기반 전환금융 ▲일본과 유사한 '업종별 탄소 감축 이행 로드맵(산업부)' 기반 전환금융 두 가지를 포괄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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