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TCL 실적보고서 살펴보니
중저가 LCD 판매 늘리며 점유율↑
글로벌·중고가 TV 라인업 진출
삼성·LG, 프리미엄·보급형 투트랙
중국 가전업체 TCL이 글로벌 TV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저가형 LCD(액정표시장치) TV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한편, 최근 중고가 제품군까지 강화하며 프리미엄 시장 진입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 속에서 수익성 방어에 매진하고 있다.
20일 TCL의 지난해 중간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TCL의 총매출은 454억9400만 홍콩달러에서 547억7700만 홍콩달러로 20.4% 증가했다. 매출총이익은 16%, 순이익은 67.8% 늘었다. TV 매출과 출하량 증가가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글로벌 TV 출하량은 1346만대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고, TV 매출도 9.4% 확대됐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공격적인 물량 확대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TCL은 중저가의 LCD TV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전날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글로벌 월간 TV 트래커에 따르면 TCL은 지난해 12월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에서 1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장기간 유지해온 월간 선두 기록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다만 TCL의 전략은 단순한 저가 공세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TCL은 QLED(퀀텀닷 발광다이오드)와 미니 LED TV 등 중고가 제품군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상반기 QLED TV와 미니 LED TV 출하량은 각각 73.7%, 176% 증가했다. 회사는 단순 물량 확대보다 중고가 라인업을 강화하며 제품 믹스 개선을 통한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멕시코·브라질 등 해외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중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글로벌 브랜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TV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파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서 점유율 경쟁이 곧바로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점유율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높여 평균판매단가를 방어하고, 동시에 보급형 라인업을 유지해 시장 기반을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국내업체들은 고부가 제품인 프리미엄 라인업과 함께 초고화질(UHD), 소형 LED TV 등 보급형 제품을 함께 두는 '투트랙'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출시한 115형 마이크로 RGB(적·녹·청) LED(발광다이오드) TV에 이어 55·65·75·85·100형 등 제품군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Neo QLED·OLED 등 고부가 라인업을 확대하면서도 LCD 기반 제품군을 유지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LCD 기반의 프리미엄 TV인 '마이크로 RGB 에보'를 공개하는 등 신제품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가격을 낮춘 프리미엄 OLED TV인 보급형 스페셜 에디션(SE)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OLED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되 진입 장벽을 낮춰 고객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지금 뜨는 뉴스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생태계 확장도 수성 전략의 핵심 축이다. 아직까지 중국 업체들이 따라잡지 못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AI홈, 운영체제(OS), 보안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TV 전제품군에 AI 기술을 강화하는 '비전 AI 컴패니언'을 선보였고, 자체 TV OS인 '타이젠 OS'의 7년간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자사 웹OS를 자사 스마트TV 7000만대 이상 탑재해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