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결국 폭력적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데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이렇게 말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로써 "내란이다" "아니다" 논란은 정리됐다. 12.3 계엄은 내란이다. 이번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계엄'에 대해 내린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포고령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의회와 정당제도, 영장주의를 소멸시키고 헌법에 의해 금지되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을 시행해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목적, 즉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발령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런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린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12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국회, 야당 당사, 언론사를 봉쇄해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고, 선관위를 영장 없이 압수 수색을 하고자 했으며,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행사를 방해하려 한 행위 등을 들어 국헌 문란의 목적성이 성립된다고 봤다. 또 군 병력 및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를 점거·출입 통제하고 그 활동을 제한한 행위는 다수인이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써 폭동이라고 인정했다.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귀연 재판부의 말대로 아직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한낱 쇼에 불과했다"며 선고를 깎아내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지지층을 결집해 버티다 보면 언젠가 정치적 출구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12.3 내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때는 '무능한 통치자에 대한 분노'였다면, 이번엔 '무력으로 헌법을 유린한 통치자에 대한 추방'이다. 분노 수위가 훨씬 높다. 당연히 형량도 높을 것이고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반성도 하지 않으니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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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렀고, 비상계엄 선포 후속 조치와 관련한 수많은 사람에 대해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비용은 재판부가 보기에도 산정할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할 것이다"라는 재판부의 설명을 듣다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 어리석은 인간의 생뚱맞은 판단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국민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물론이고 12.3 계엄으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면서 대출이 연장되지 않아 폭삭 망한 자영업자들, 단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명령에 따르다가 졸지에 '내란 세력'으로 몰려 생계를 잃은 공직자들 ….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판단에 더해 추운 겨울날 밤거리를 헤맬 그들을 생각하면 무기징역 선고는 상식적인 판결이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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