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민주수호는 개인적 동기일 뿐
내란 목적 정당화 안 돼" 질타
김용현 징역 30년·노상원 18년 중형
조지호 12년 등 군경 지휘부도 실형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계엄 선포라 할지라도 무력을 동원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킨 행위는 통치행위의 범위를 넘어선 명백한 '내란'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내란수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13일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재판부 역시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과 계엄법상 비상계엄이라 할지라도 국회의 권한과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할 수는 없다"며 "이를 목적으로 군을 동원한 것은 헌법이 정한 권한 행사가 아닌 명백한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정당한 통치행위'라는 논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 위기를 바로잡으려 했다는 정당성 등은 동기나 이유에 그칠 뿐, 군을 국회에 보내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목적과 혼동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을 동원해 국회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 한 것은 헌법이 정한 권한 행사가 아니라 실력 행사에 불과하며, 이러한 주관적 동기가 내란죄의 성립을 조각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내란 행위는 민주주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대외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등 우리 사회에 산정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혔다"며 "윤 전 대통령은 범행을 주도했음에도 사과의 의사조차 내비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약 1년 전부터 준비했다는 특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비상계엄 조치들을 살펴보면 장시간 마음을 먹고 준비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허술하고, 이를 입증할 별다른 증거 자료 등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실탄 소지를 금지해 직접적인 인명 피해를 자제시킨 점, 고령인 점 등이 양형 이유로 고려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다.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고 정치권 주요 인사 등을 체포·구금하려 한 혐의도 있다.
함께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는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는 징역 10년이,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에게도 징역 5년의 실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 등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내란죄에서 중요임무 종사자란 내란의 계획이나 실행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자를 의미한다"며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군 병력 투입을 지시함으로써 범행의 전체적인 설계와 지배에 관여했고, 노 전 사령관 역시 군 동원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모의하는 등 단순 가담을 넘어선 핵심적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현장 지휘관 등에 대해서도 "상관의 지시라 할지라도 그것이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내란 행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국회 봉쇄 등 핵심적 임무를 수행했다면, 이는 중요임무 종사자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과 김용군 전 제3야전군(3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에 대해서는 "범행 목적을 공유했거나 공모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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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판결로 윤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내란죄로 중형을 선고받은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재판부는 "행정부 수장이 군사력을 동원해 입법부를 무력화하려 한 행위는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라고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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