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만 해외 거주 '半뤄관'도 조사 대상
중국 당국이 최근 다시 '뤄관(裸官·기러기 공무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19일 SCMP는 부정부패 사정 활동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작년 초부터 정부 기관과 공기업 고위 공직자 및 임원을 대상으로 해외 연고를 조사하는 점검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뤄관은 배우자와 자녀를 해외로 이민 또는 유학 보낸 중국 공무원과 공기업 고위직을 뜻하는 용어다. 과거 이러한 조사는 뤄관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감시 범위가 이른바 '반(半)뤄관'까지 확대됐다며 "반뤄관은 현재 강화된 감시 대상이며 관련 정보를 적시에 보고해야 한다"고 익명의 공산당 내부 관계자가 전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공산당 최고 인사기관인 중앙위원회 산하 중앙조직부가 지난해 상반기에 전국적인 조사를 실시해 고위 관리들의 해외 연고를 파헤쳤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중앙조직부의 뤄관(반뤄관 포함) 조사가 그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중국에서 뤄관은 반부패 감시기구의 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공무원이 해외에서 광범위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경우 (해외 세력의) 침투 대상이 될 가능성과 부패 위험이 더 높을 수 있어서 중앙조직부는 이들을 덜 민감한 직책으로 이동시킨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고위 공직자 63명이 부패 혐의로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중국 당국은 2010년 배우자와 자녀가 외국으로 이민 또는 유학 간 공직자를 대상으로 관리 강화 규정을 발표하고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뤄관을 부패 관료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며, 해외 연고를 가진 인력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목적이었다. 그러나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시 주석의 집권이 본격화하며 2014년 1월 뤄관을 제재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당 중앙인사부의 2014년 정책 문서에 당·국가기관 및 인민해방군, 국영기업에서 뤄관은 승진이 금지되며 고위직을 맡을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됐다.
SCMP는 "최근의 변화는 당국이 공무원들의 해외 가족 관계에 더욱 관용적이지 않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일부는 승진 기회를 잃거나 심지어 직위에서 해임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한 주요 국영 보험회사 고위 임원이 자녀가 미국에 거주하며 영주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정부 부처 산하 기관에서도 한 고위 관료가 해임됐는데, 그의 아들이 미국 영주권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게 발각됐기 때문이라고 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인민은행장을 지낸 이강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경제위원회 부주임은 지난해 11월 뤄관 관리 조치에 따라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와 관련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서 미국에서 종신 교수로 있다 귀국해 인민은행 고위 관리가 됐다. 2018년 인민은행장 취임 당시 아내와 아들이 미국에 거주하며 현지에 거액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당시엔 처벌받지 않았다.
장유샤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 숙청을 계기로 뤄관을 겨냥한 압박의 강도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중국 국방부가 '심각한 기율 위반'이라며 장유샤·류전리 숙청을 발표했으나 이와 관련해 인민해방군 내부에서 적극적인 호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시 주석의 군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숙군 작업과 당·정부 기강 잡기를 위해 뤄관·반뤄관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장유샤·류전리 숙청이 미국에 핵무기 관련 데이터를 유출했기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군 기밀 유출 방지 차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뤄관과 반뤄관 단속을 확대하며 인민해방군은 물론 당·정부·국영기업까지 잠재적인 정적 또는 불만 세력을 솎아내 시진핑 1인 체제를 공고히 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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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부교수는 이러한 움직임이 서방에 대한 불신 추세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뤄관이 부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가족 구성원이 해외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공무원을 해임하는 것은 당과 국가가 유능한 인재를 잃게 만드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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