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지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연구용역 진행
5년 전 폐기된 '전상법 개정안' 내용 포함될지 주목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쿠팡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커진 위상에 걸맞은 소비자 보호체계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중개 역할에 머무르던 플랫폼이 판매까지 아우르는 등 범위가 넓어졌음에도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어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5년 전 IT 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플랫폼 연대책임 강화' 등이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19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 관련 소비자보호체계 개선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용역은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법·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학계 세미나와 이해관계자 간담회 등을 통해 선제적인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칠 방침이다.
면책조항 뒤에 숨은 통신판매중개업…영역 허무는 플랫폼들
공정위가 플랫폼과 관련된 소비자 보호에 나선 것은 법이 과거의 틀에 갇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 피해가 지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머지포인트 환불 중단 사태, 2024년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대표적이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전상법)의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판매 당사자가 아님'을 고지할 경우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결제나 환불 의무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에서 대부분 비켜 나갈 수 있다.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이며, 직접 상품을 파는 '통신판매업자'와 구분된다.
또한 최근 대형 플랫폼들이 단순 중개를 넘어 결제와 배송, 심지어 직매입 판매까지 병행하며 두 영역(통신판매업, 통신판매중개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것도 제도 개선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쿠팡의 경우 자체 PB상품 판매는 물론 쿠팡페이를 통한 대금 수령 및 결제 서비스,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통한 자체 배송까지 수행한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대금결제 및 정산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5년 만에 다시 칼 빼든 공정위…연대책임 강화될까
공정위가 통신판매중개업 관련 제도를 들여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중개거래와 직매입을 혼용하는 플랫폼이 소비자의 오인을 막기 위해 각 상품을 분리하여 표시·고지하도록 하고, 플랫폼이 수행하는 업무(대금수령, 결제, 배송 등)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판매업체와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전상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소비자가 입점업체뿐 아니라 플랫폼에도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IT 업계를 중심으로 '과잉 규제'라는 거센 반발이 있었고, 결국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실상 5년 만에 다시 제도 손질에 나선 공정위의 움직임은 최근 플랫폼을 향한 소비자의 엄중한 인식과 맞닿아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5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소비자 86.3%는 분쟁 시 플랫폼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봤다. 85.8%는 플랫폼을 실제 계약 당사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 체계는 과거에 멈춰있지만, 소비자의 눈높이는 이미 플랫폼의 실질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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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외 통신판매중개업 시장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글로벌 입법 트렌드를 분석해 현행 법 체계의 문제점을 점검할 계획이다. 플랫폼의 확대된 역할에 부합하는 새로운 소비자 보호 의무와 연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획정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의 업무 범위가 확대된 만큼 책임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요구"라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 사례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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