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지수 편입 위한 '종합 로드맵' 공개
원화 국제화 추진하고 규제 정비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도 함께 발표했다. MSCI 선진국지수는 글로벌 기관투자가, 연기금, 패시브펀드 등의 자산 배분 기준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편입 의미가 크다.
한국은 증시 규모나 기업 경쟁력 면에서 이미 선진국 반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만, 인도 등과 함께 신흥국(EM)지수에 포함돼있다. 2008년 한 차례 선진국지수 편입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탈락했고, 이후 역대 정부의 도전도 번번이 고배를 맞은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은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과 장기 안정적 수요기반 마련을 위한 주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공개된 로드맵은 ▲외환시장 선진화 ▲글로벌 표준 증권거래·결제 체계 마련 ▲계좌개설 편의 제고 ▲공매도 규제 합리화 ▲영문 정보공시 개선 ▲현물이체·장외거래 제약요인 해소 ▲선진배당절차 확산 ▲투자상품 가용성 등 8대 분야별 추진 과제를 골자로 마련됐다. 지난해 MSCI의 시장접근성 평가에서 '개선필요(-)' 등급을 받은 6개 항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번 로드맵을 기반으로 오는 6월 관찰대상국 등재에 성공하면 2027년 선진국지수 편입 발표, 2028년 실제 반영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먼저 로드맵에는 해외투자자들이 요구해온 국내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첫 번째로 포함됐다. 오는 7월부터 새벽 2시에 종료하는 현행 시스템에서 24시간 운영으로 연장함으로써 해외투자자들의 거래공백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희재 재경부 국제금융과장은 "원화 국제화의 첫걸음"이라며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상반기까지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내용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전자외환거래(eFX)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은행권 업무관행을 개선하고,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자산 장부평가에 주로 사용하는 글로벌벤치마크환율(WMR) 편입도 추진한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계좌를 두고 원화를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외 원화결제기관 도입 등 관련 시스템도 구축한다. 오는 9월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내년 시행할 계획이다. 야간시간에도 외국기관 간 원화결제가 가능해지도록 한국은행에도 24시간 결제망(역외 원화결제망)을 신규 구축한다. 이와 함께 외국 금융기관들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게끔 등록외환거래기관(RFI) 등록 시스템 간소화 방안도 상반기 중 마련한다. 현재 RFI는 약 73개사로, 이들의 거래량은 1% 남짓에 불과하다. 김 과장은 "야간 거래를 위해선 RFI가 역할을 많이 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번거로운 등록, 규제 개선을 담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증권 거래 및 결제 체계도 마련한다. 앞서 한국은 MSCI로부터 옴니버스 계좌 활용은 가능하나 결제는 여전히 최종투자자 ID별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미흡'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종 투자자별 각각 결제계좌를 개설하는 현 체제를 자산운용사, 글로벌 수탁은행 단위의 통합 관리체계로 전환해 명목계좌 편의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통합계좌가 핵심"이라며 "명목계좌 실명 확인절차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꿔 해외펀드 유입이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통합계좌 역시 해외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글로벌 동학개미'의 유입이 가능하게끔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당일 외환동시결제(CLS)를 통해 확보한 원화를 당일 증권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및 제도를 정비하고, 증권결제가 실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시적 원화차입(OD)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투자자 등록 및 계좌계설 편의성 측면에서는 글로벌 금융거래에 통용되는 법인 식별용 국제표준 등록 ID인 'LEI' 기반 계좌 식별체계를 정착시키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신규 개설 시에만 LEI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전부터 한국에 투자해온 해외투자자들은 금감원에 사전등록하는 IRC ID를 이용했는데, 2023년 해당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기존 계좌를 폐지하지 않으면 LEI로 전환할 수 없는 구조였다. 또한 LEI 발급확인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외국법인의 실명확인 절차 및 수단도 간소화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해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공매도 규제와 관련, 합리화 방침도 밝혔다.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영문공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MSCI로부터 '미흡' 평가를 받은 장외거래와 관련해서는 1분기 중 신고 방법, 절차 등을 구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동시에 사후신고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배당금을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선진 배당절차도 확산한다. 대부분의 한국기업은 현재 배당락일 이후 배당금 확정 공시를 하며 예상 배당금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관련해 정관 변경 등에 나서는 기업에는 추가 인센티브도 부여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한국물 파생상품 및 기타수단에 대한 접근이 선진시장 관행에 부합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거래소 지수사용권도 단계별로 개방하기로 했다. 2월 FTSE 코리아지수 선물의 미 ICE 선물 상장에 이어 1분기 중 유럽, 미주 거래소 거래시간도 확대한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 기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개선과제별 추진 상황을 분기 1회 이상 체계적으로 점검, 실행력을 확보하고 신속한 안착을 지원하겠다"며 "MSCI 및 글로벌 투자자와도 적극 소통하며 투자자 체감도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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