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시스템 및 국경 강화법'
11일 캐나다 하원 통과
유럽 마찬가지로 反이민 여론
캐나다가 난민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이민 시스템 및 국경 강화법'을 추진한다. 이웃나라 미국이 이민자 추방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난민에게 우호적이었던 캐나다마저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국경보안과 관련한 다수의 변경 사항이 포함된 '이민 시스템 및 국경 강화법'이 지난 11일 캐나다 하원을 통과해 상원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입국 1년이 지난 뒤 제기된 망명 신청이나 미국 육로를 거쳐 14일이 지난 신청의 경우, 이민 난민위원회가 아닌 이민담당관의 추방 전 위험평가로 넘기도록 했다. 사실상 정식 난민심사를 받기 어렵게 만드는 조치다.
법률·인권 전문가들은 해당 절차가 기각률이 높고 공정한 심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특히 미국이 강경한 이민자 추방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안전 제3국 협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드리 맥클린 토론토대학의 이민 및 난민법 교수는 즉시 망명을 신청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며 신청시한을 제한한 것을 비판했다. 이딜 아탁 토론토 메트로폴리탄대학의 난민 및 인권법 교수도 "난민 보호 측면에서 매우 퇴보적인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캐나다가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해 난민 보호 원칙을 후퇴시키고 있으며, 국제적 이미지와 협약 이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탁 교수는 새 조치들이 캐나다가 아직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경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은 유럽에서도 관측된 바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샤바나 마무드 영국 내무장관은 지난달 하원에서 '질서와 통제 회복'이라는 이름의 이민·망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난민과 이민자 급증에 따른 재정 부담과 경기 둔화가 겹치며 반(反)이민 여론이 확산하자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망명 자격을 강화하고 신속 퇴거와 추방을 확대하는 규제를 잇달아 도입했다. 선거를 의식한 표심 관리 속에 우파뿐 아니라 좌파·중도 정부까지 이민 억제 기조에 동참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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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1월 초 발간한 '국제이주전망 보고서'에서 "2022∼2023년 기록적 수준으로 난민·이주민이 증가한 뒤 유럽이 엄격한 이민 관리에 나섰다"면서 "특히 선거 이후의 정치 환경 변화가 각국의 이민정책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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