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크리스마스 메시지
"교황청 역학관계 안 바뀌어 실망"
'사제 수 감소' 해결 방안도 언급
교황 레오 14세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황청 지도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연합뉴스는 22일(현지시간) AFP·AP 통신 등을 인용해 "교황이 이날 교황청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교황청에서 권력 행사와 남을 딛고 일어서려는 욕망, 사익 추구 등과 관련된 역학관계가 좀체 바뀌지 않는 모습을 실망스럽게 지켜보게 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우리는 교황청에서 친구가 되는 것이 가능한지, 형제로서 진정한 우정을 맺을 수 있는지 묻게 된다"며 "진정한 우정 속에서는 누구라도 소외되지 않고 지지받을 수 있으며 각자의 가치와 능력을 존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화와 폭력, 갈등으로 상처 입은 세상에서 디지털 영역과 정치권 모두에서 악용되는 공격성과 분노가 증가하는 것을 목격한다"며 "크리스마스는 모든 이에게 평화와 보편적 형제애를 위해 노력하도록 초대한다"고 말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과거 성탄절 연설에서 교황청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바티칸 성직자들을 겨냥해 '영적 알츠하이머', '파벌의 암', '야망의 부패'라거나 '자기중심적인 쓸데없는 험담'에 시달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교황은 사제 수 감소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티칸 통계를 발표하는 선교 뉴스 통신사 피데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전 세계 사제 수는 40만 6996명으로 전년보다 734명 줄었다. 지난 2013년 총 41만 5348명이었으나 2015년부터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교황은 사제 수 감소의 원인으로 성직자 성추행 스캔들로 인한 불신,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 등을 지적했다. 특히 가난한 교구와 부유한 교구에서 사목하는 사제들 간의 경제적 평등을 도모하고, 사제들이 고립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공동체 생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주교들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제들이 사목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신학교의 교육 수준을 향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사제직에 대한 소명을 고려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강력하고 진취적인 제안을 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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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내년 1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전 세계 추기경을 바티칸으로 소집해 추기경 회의(consistory)를 열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2025년 '성년'이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열리며, 레오 14세가 지난 5월 교황으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주재하는 공식 회의다. 추기경 회의는 교황에게 신앙과 교회 운영에 관한 조언을 제공하는 자리로, 새 추기경을 서임하는 행사와 병행되기도 한다. 다만 교황청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인사 관련 일정 없이 교회 현안 논의에 집중될 예정이다. 지난 5월 즉위한 교황은 지금까지는 주로 순례단과의 만남, 젊은이 희년 행사,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시기의 미완 과제 정리에 주력해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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