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출 비중 80%, 영업이익률 22%
한국 라면 수출 2조원 시대 이끈 주역
3년 만에 매출 2배, 영업이익 5배 증가
삼양식품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쓴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수출이 급증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었다. 매출액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며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8일 식품업계와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집계된 삼양식품의 올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6679억원, 영업이익 149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5%, 70.6% 증가한 수치다. 북미와 중국, 동남아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판매가 늘어난 데다, 고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매출 2조원·영업이익 5000억원 첫 돌파
삼양식품은 이미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매출액 1조7141억원, 영업이익 3850억원을 기록했다. 연말 성수기를 감안하면 연간 기준 실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이 올해 매출액 2조3820억원, 영업이익 524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실적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삼양식품의 매출액은 2022년 9090억원에서 2023년 1조1929억원, 2024년 1조728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03억원에서 1475억원, 3445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이 흐름을 이어 매출 2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 시대를 여는 셈이다.
이 같은 실적 성장의 동력은 해외 매출이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2022년 6057억원에서 2023년 8093억원, 2024년 1조3359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해외 매출만 2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 1~9월까지 해외 매출은 1조3747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 확대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9.9%에서 2023년 12.4%로 두 자릿수에 올라선 후, 지난해에는 19.9%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매출 증가와 고마진 제품 비중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이 2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K라면'으로 자리 잡으며 가격 결정력이 높아졌고, 소스·스낵 등 파생 제품이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한 '매운맛 챌린지' 콘텐츠 역시 대규모 마케팅 비용 없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국 라면 수출 2조 시대, 삼양식품이 67% 차지
삼양식품의 성장세는 한국 라면 수출 지형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올해 한국 라면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13억8176만 달러(약 2조390억원)로, 지난해 연간 실적(12억4838만 달러)을 이미 웃돌았다. 2015년 이후 11년 연속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이다. 업계에서는 농심과 달리 삼양식품은 사실상 수출 중심 구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라면 수출액 가운데 삼양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일 브랜드가 국가 수출 실적을 견인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본사 이전도 눈길을 끈다. 삼양식품은 다음 달 서울 명동에 위치한 신사옥으로 본사를 옮긴다. 해외 사업 확대에 맞춰 글로벌 영업과 마케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명동이라는 입지는 외국인 관광객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밀양·중국 공장 증설…내년 이후도 실적 전망도 好好
내년 실적 전망도 밝다. 삼양식품은 국내외 생산 설비 확충을 통해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밀양 2공장을 준공해 수출 전용 생산 능력을 늘렸고, 첫 해외 생산기지인 중국 공장은 2027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밀양 2공장은 2022년 5월 완공된 밀양 1공장에 이어 3년 만에 만들어진 생산기지다. 봉지면 3라인, 용기면 3라인 등 6개의 생산라인을 갖춘 밀양 2공장에서는 연간 8억3000만개 수준의 생산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삼양식품의 생산능력(CAPA)을 물량 기준 연간 27억개(식), 금액 기준 약 2조9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평균 판매단가(ASP)를 1100원으로 가정한 수치다.
지금 뜨는 뉴스
중국 시장 물량 역시 현지 생산기지 완공 이후 공급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기준 삼양식품의 중국 내 판매량은 약 6억개로 추정된다. 이후 연간 판매량이 20%씩 증가할 경우 2028년에는 10억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라면 시장 점유율 4~5% 수준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요 유통 채널 가운데 90% 이상 입점률을 기록한 곳은 월마트가 유일하고, 중국 2선 이하 도시의 평균 침투율은 30% 미만"이라며 "글로벌 식음 프랜차이즈 기업과의 협업 확대를 통해 불닭 브랜드 인지도와 소스 부문 실적 기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