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잠수, 기회 노려 자폭
내장 미사일로 헬리콥터도 격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수중 무인기(드론)으로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에 정박한 잠수함을 타격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영상의 폭파장면 모습. SBU 페이스북 계정
우크라이나군이 수중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러시아군 잠수함을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중드론으로 고가의 잠수함을 격침했다는 우크라이나군의 발표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수중드론은 심해에 장기간 체류 가능한데다 탐지가 어려워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해군의 주력무기가 군함, 잠수함에서 수중드론으로 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 "수중드론, 러 잠수함 폭파"…러는 부인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흑해지역 러시아 해군기지인 노보로시스크항에 수중 드론을 투입해 러시아 잠수함을 공격했으며 폭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중드론의 공격 장면이 포함된 영상도 함께 공개했는데, 영상에서는 노보로시스크항에서 갑자기 큰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 담겼다. SBU는 "사상 처음으로 수중드론이 러시아 잠수함을 폭파했으며 이 잠수함은 심각한 손상을 입고 기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강조했다.
폭파된 러시아 잠수함은 디젤 추진식 재래식 잠수함인 킬로급 잠수함으로 우크라이나 공습에 쓰이는 순항미사일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리를 흡수하는 특수선체를 갖고 있어 수중 음파탐지기에 잘 잡히지 않아 블랙홀이라 불린다. 드미트로 플레텐추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드론에 의한 해상전투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뒤집은 것"이라며 "러시아는 노보로시스크항에 있던 잠수함 4척 중 1척을 잃었고, 이제 수리를 위해 잠수함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이번 작전에 사용한 수중드론을 '서브 시 베이비(Sub sea baby)'라는 애칭으로만 지칭하고 정확한 기종명을 밝히진 않았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개한 수중드론인 '톨로카(Toloka)' 기종이 유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수중드론을 계량한 신형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반면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주장 중이다. 알렉세이 룰레프 러시아 흑해함대 대변인은 "적의 수중드론 관련 공격시도는 실패했다"며 "노보로시스크 해군 기지에 정박한 흑해 함대의 수상 함정이나 잠수함 중 단 한 척도 공격에서 피해를 입지 않았고 승조원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수중드론, 탐지 어려워…요격·자폭 다양한 공격
우크라이나의 잠수함 공격 성공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수중드론을 활용한 해군 전략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잠수함보다 상대적으로 제조가격이 저렴하고 승조원도 필요 없는 수중드론이 잠수함 전력을 대체할 가능성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이 폭파했다는 러시아의 킬로급 잠수함의 가격은 한 척에 4억달러(약 5878억원) 정도다. 이에 비해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수중드론은 1기에 35만~40만달러(5억1400만원~5억8000만원)로 러시아 잠수함 가격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신시아 쿡 선임연구원은 WSJ에 "우크라이나의 주장대로 잠수함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면 사실상 수중전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략급 자산이던 잠수함을 수중드론이 대체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수중드론의 장점은 산소를 공급받을 필요가 없어 장시간 잠항이 가능하고 수중 탐지장치를 통해 찾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우크라이군의 수중드론은 자폭과 요격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해군전문매체인 네이벌뉴스는 "러시아군이 수중드론의 70% 가량을 막는다 해도 요격에 실패한 30%가 목표를 향해 자폭하면 큰 손실로 이어진다"며 "그동안 러시아군이 그물, 전파방해장비 등 여러 대응 방식을 쓰고 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중국도 수중드론 개발 박차…무인잠수정 군비경쟁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수중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5월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방산업체인 노스롭그루먼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수중드론 '만타레이(Manta Ray)'를 공개했다. 해당 드론은 가오리 모양을 본떠 제작됐으며 바다의 해류를 이용해 배터리를 자체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이를 통해 보급 없이 1년 이상 잠행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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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지난 9월 승전 80주년 열병식에서 무인잠수정인 'AJX002'를 공개한 바 있다. 20미터(m)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이 잠수정은 기존 잠수함의 정찰 및 공격 기능을 갖추고 장시간 잠행에 특화돼있다. 러시아도 핵추진 엔진을 탑재한 수중드론인 '포세이돈(Poseidon)'을 개발 중이며, 기존 핵잠수함과의 연계 작전을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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