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찬성 427표·반대 1표로 통과
NYT "트럼프 당내 장악력 약화"
미국 연방의회 하원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연루 의혹이 제기돼 온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하는 법안을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최근 지방선거 패배에 이어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레임덕' 조짐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해당 법안을 가결했다.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과였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인물은 루이지애나주의 공화당 4선 의원 클레이 히긴스였다.
이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가며,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원이 모두 가결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거쳐 법무부는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서명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통과에 반대했지만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이탈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위한 사전 절차에 민주당 의원 214명과 공화당 의원 4명이 참여해 과반을 확보했고, 이에 힘입어 법안 상정이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법안 통과가 가시화되자 지난 19일 공화당 의원들에게 법안 지지를 촉구하는 등 돌연 입장을 바꿨다.
뉴욕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고, 2019년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인맥과 사생활이 담긴 문서에는 여러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엡스타인의 범죄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하원을 통과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내부 분열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우군이었으나 이번 문건 공개를 둘러싸고 '반역자'란 공격을 받은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의사당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이 사안이 실제로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MAGA는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지금 말하건대 이 문제는 MAGA에 가장 파괴적이었다"고 말했다.
NYT는 이번 하원 표결 결과를 두고 "엡스타인 사건과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은 공화당 내 정치적 연합이 어떻게 분열되는지 보여줬다"며 "당내에서 트럼프의 철권 통치가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부의 격렬한 반대에도 민주당이 공화당 내 소수 이탈파와 협력해 법안을 하원 본회의에 상정하는 데 성공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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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엡스타인 문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ABC 기자에게 '태도'가 형편없다고 지적하며 "당신은 끔찍한 기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당신은 돌아가서 기자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앞으로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고 했고, 이어 ABC 방송의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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