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 무산 뒤 대안 추진
국산 반도체 실증·AI 주권 확보 전략 가동
정치권 “본예산 반영해야” 연이어 촉구
산업계 “국산 칩 검증의 첫 무대” 평가
광주시 “GPU·NPU병행, 효율실증 거점화”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가 무산된 뒤, 광주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NPU(신경망처리장치) 컴퓨팅센터'다. 단순한 대체 사업이 아니라 국산 AI 반도체 실증과 인공지능 주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재도전이다. 정치권은 예산 반영을 요구하고, 산업계는 이번 추진이 국산 칩 실증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PU, 인공지능 추론에 특화된 전용 프로세서
NPU(Neural Processing Unit·신경망처리장치)는 인공지능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설계된 전용 반도체다. 기존에는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이런 연산을 담당했지만, 속도와 전력 효율에서 한계가 있었다.
국내 한 AI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NPU는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 모델의 추론 연산에 특화된 전용 프로세서로, 범용 그래픽 연산을 수행하는 GPU보다 훨씬 높은 효율을 제공한다"며 "GPU가 다양한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다목적 엔진'이라면, NPU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전문 엔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NPU는 사람의 뇌처럼 여러 연산을 동시에 수행한다. 같은 작업을 더 빠르고, 더 적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얼굴 인식, 음성 자막, 실시간 번역 등 기기 안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능은 모두 NPU 덕분이다. 인터넷이 끊겨도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AI'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GPU가 대규모 연산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킨다면, NPU는 GPU보다 10~100배 높은 효율로 '추론'을 담당한다. 광주시는 "추론 서비스용 NPU 컴퓨팅센터는 NPU 80%, GPU 20% 비율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AI 실증도시 광주'…NPU로 방향 전환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서울미래컨퍼런스’에 참석해 '대한민국 AI 3강 AI 실증도시 광주'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가 공식적으로 'NPU 컴퓨팅센터'를 꺼낸 건 지난 5일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AI 실증도시 광주' 전략을 발표하며 국가 NPU 전용 컴퓨팅센터 설립을 정부에 제안했다.
강 시장은 "국산 AI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대한민국 AI 3강 도약을 위해 필요하다"며 "기업의 양산체계와 대학·연구기관의 인력양성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미 다수의 팹리스 기업과 협약을 맺고 1단계 실증사업(2023~2024년)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400억원 규모의 2단계 고도화 사업(2025~2027년)을 추진하며 국산 NPU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 시장은 이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설립안을 직접 제안했다. 이어 ▲국가 AI연구소 ▲AI+모빌리티 신도시 ▲메가샌드박스형 집적단지 등 4대 전략을 제시하며 "광주가 국가 AI컴퓨팅센터는 놓쳤지만, NPU 실증으로 대한민국 AI 3강 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예산 심사대에 오른 '광주 NPU센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광주 NPU센터 설립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은 "AI 특화 시범도시는 반드시 광주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 지원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AI 특화 시범도시 설계비 40억 원 ▲AI 모빌리티 국가신도시 기본구상 용역비 20억원을 거론하며 "AI 인프라와 생태계가 가장 잘 갖춰진 광주가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국가 NPU 전용 컴퓨팅센터(1조원)와 국가AI연구소(6,000억원)의 광주 설립을 제안하며 "국산 NPU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리께서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광주 시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속도감 있게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광주 동남을)은 "AI컴퓨팅센터 유치 실패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NPU센터, 국가AI연구소, 데이터센터 고도화, 스마트 모빌리티 실증사업 등 네 가지 과제를 본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광주·전남이 '학습?추론?활용' 전주기 AI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대선 공약이 뒤집히며 지역 주민에게 상실감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광주와 전남은 충분히 AI 시범·실증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 연계 가점과 실증 조건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 "국산 NPU 실증, 생태계 확장의 출발점"
국내 AI 반도체 업계는 광주의 NPU 컴퓨팅센터 추진을 국산 기술의 실증 무대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업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실제 서비스 환경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AI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대규모 NPU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인프라 투자가 아니라, AI 효율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발걸음"이라며 "국가 NPU 전용 컴퓨팅센터는 한국이 AI 인프라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할 상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우 ㈜에이엑스 대표는 "GPU 논의의 본질은 '써버린 AI(Sovereign AI·AI 주권)'과 맞닿아 있다"며 "이제는 각국과 기업이 자체 모델과 연산 인프라를 확보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모델을 만들려면 인프라가 흩어지지 않고 집적돼야 한다"며 "데이터센터와 연산 자원은 모일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정치나 지역색을 떠나 인프라는 집중과 거점화가 맞다"고 말했다.
광주시 "NPU·GPU 병행…국산 반도체 실증 거점으로"
광주시는 NPU 컴퓨팅센터를 국산 AI반도체 실증과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로 설계하고 있다. NPU와 GPU를 병행해 구축하며, GPU를 활용한 경량 학습과 전처리 등 필수 학습 기능을 포함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의 "학습 불가능한 NPU 전용 센터" 지적에 대해 광주시는 "GPU 30%를 배치해 초거대 모델의 파인튜닝(경량 학습)과 전처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구상은 NPU 70~80%, GPU 20~30%를 병행하는 구조다.
광주시는 "NPU는 장거리 순항 엔진, GPU는 복잡한 이착륙과 비행 계획을 담당하는 조종석에 비유된다"며 "두 엔진의 조화가 인공지능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픈AI와 구글도 모델 개발에는 GPU를 사용하지만, 대규모 서비스 단계에서는 TPU·ASIC 등 추론 전용 칩으로 인프라를 전환한다"며 "광주 NPU 컴퓨팅센터는 국산 칩 기반의 고효율 추론 인프라를 확보하는 국가적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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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는 국내에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실증 환경이 부족했다며 이번 센터를 국산 NPU의 실증이 가능한 첫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최태조 인공지능산업실장은 "국산 칩 기반 고효율 추론 인프라 확보가 목표"라며 "정부 의지만 있다면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는 AI를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서비스하는 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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