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급 공무원 판결
근로감독관 지휘 과장 김모씨
감독업체에 딸 청첩장 뿌려
선출직 공무원 신분 최 위원장
딸 축의금으로 800만원 받아
“전액 반환” 해명에도 논란 여전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정감사 기간에 딸 결혼 축의금으로 800만원을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았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13년 대법원의 유사 판결이 주목받고 있다. 이 판례는 5급 공무원이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감독 업체에 뿌리고 530만원의 축의금을 받은 행위를 '뇌물 수수'로 판단했다. 법조계는 최 의원이 '선출직 공무원'인 만큼 이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면서도 고의성·대가성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대법 '뇌물수수' 판례 보니
3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3년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소속 5급 공무원 김모씨 사건 판결에서 축의금을 뇌물 수수로 인정했다. 이 공무원은 산업안전 지도·감독 업무를 총괄하며 근로감독관들을 지휘하는 과장으로 일했다. 그는 지도점검 대상 업체 45곳에 딸 결혼 청첩장을 보내고 총 530만원의 축의금을 받았다. 1심은 현금, 접대, 축의금 모두를 뇌물로 판단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3500만원을 선고했다.
쟁점은 상급심에서 나타났다. 2심은 축의금 부분만 떼어내 '상규' '관행'에 가까운 부분으로 봤다. 뇌물로 볼 수 없어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비록 (결혼식이)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렸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면 그 금품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개인적 친분이 명백하게 인정되지 않는 한 감독·지도 대상 업체로부터 축의금을 받은 행위는 뇌물수수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판결에서 핵심은 '공무원'과 '직무관련성'이었다. 대법은 "공무원이 금품을 받음으로써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된다면 그 자체로 뇌물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뇌물죄 적용될까, 청탁금지법 될까
당시 판례의 핵심 법리는 이번 최 의원 사례에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3선 국회의원인 최 의원 역시 선출직 공무원 신분이다. 당시 5급 공무원이었던 김씨도 "직접 청첩장을 보냈고, 감독기관 관계자가 축의금을 송금했다"는 점이 논란의 불씨였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이 자녀 혼사를 명목으로 대기업 관계자 4인,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 3인, 기업 대표 1인 등 총 8인에게 각 100만원씩 8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최 의원은 "전액 반환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법조계의 판단은 갈린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언론 보도 이후 뒤늦게 반환했다면 처음부터 반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추후 형사적 쟁점이 될 것"이라며 "결국 고의성 입증이 다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변호사는 "공무원 축의금의 경우 뇌물죄보다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의율 돼 5만~10만원을 넘는 경우 처벌받는 경우가 상당수라 이 경우도 뇌물죄 송치보다는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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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변호사는 "딸의 결혼식 일시·장소·청첩장 계좌 등이 공개됐다면 축의금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하라는 의사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도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1대 1의 청탁 구조와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축의금은 '나는 요구한 적이 없는데 내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급됐다'는 식의 항변이 가능해 추가 입증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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