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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병원, 단순 치료 시설 넘어 '기술 혁신 전진기지'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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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로 진단 정확도·속도 향상…실험실·테스트베드·데이터 허브 역할

병원이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시설"이란 고전적 정의를 벗고 있다. 단순한 치료의 공간을 넘어 기술 혁신의 전진기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의학과 공학의 융합으로 '의공학' 체계가 형성되면서 병원은 기술 개발의 실험실이자 테스트베드, 그리고 기술의 최종 소비자로 진화했다. 병원은 이제 새로운 기술의 시작점이자 완성점이 되고 있다.

[과학을읽다]병원, 단순 치료 시설 넘어 '기술 혁신 전진기지'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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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공학의 발전은 △AI 기반 영상 분석 △바이오소재·재생의학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의료 현장을 중심으로 한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데이터로 진화하는 진단

의공학이 가장 활발히 작동하는 영역은 단연 영상의학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병원에 도입되면서 진단의 정확도와 속도 모두가 향상됐다.


서울아산병원은 2020년 국내 대형 병원 가운데 최초로 AI 흉부 X선 판독 보조시스템을 임상에 적용했다. 뷰노(VUNO)가 개발한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는 AI가 의심 병변을 표시해 의사의 판독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과학을읽다]병원, 단순 치료 시설 넘어 '기술 혁신 전진기지'로 탈바꿈 서울아산병원. 아시아경제DB

AI는 병원으로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받고, 병원은 AI 학습을 통해 정밀 진단의 신뢰도를 높인다. 병원은 더 이상 기술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며 기술 발전을 함께 설계하는 실험장이 된 셈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삼성메디슨과 협력해 AI 초음파 진단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실제 환자 영상을 학습해 병변을 자동 분석·분류하는 알고리즘을 고도화함으로써, 의료진의 진단 편의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이는 것이 목표다. 병원이 단순 소비자를 넘어 공동 개발자로 변모하는 대표적 사례다.

[과학을읽다]병원, 단순 치료 시설 넘어 '기술 혁신 전진기지'로 탈바꿈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아시아경제DB

해외에서도 영상의학 혁신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GE헬스케어는 구글과 손잡고 클라우드 기반 영상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전국 규모의 영상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스타트업에 개방하고 있다.


AI 기업들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판독 알고리즘을 실증하고, 정부는 그 결과를 공공의료 시스템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 모든 흐름을 조율하는 곳이 병원의 '디지털 관제실(컨트롤 센터)'이다. 대형 병원들은 응급실, 병동, 영상센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환자 상태와 병원 운영을 동시에 관리한다. 대시보드에는 환자 생체신호, 검사 결과, AI 리포트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의료진은 이를 바탕으로 병원 전체의 흐름을 최적화한다.


실험실을 넘어 환자 곁으로

의공학의 또 다른 진화 축은 바이오소재와 재생의학이다. 새로운 치료 기술이 환자에게 닿기 위해서는 병원의 임상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차형준 포항공대 교수팀은 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홍합 접착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3D 바이오프린팅 연골 소재를 개발해 전임상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소재는 손상된 연골 부위에 이식된 뒤 주변 조직과 강하게 결합해 자연스러운 재생을 유도한다. 기초연구가 병원의 임상 노하우와 만나 실제 치료법으로 전환된 대표적 사례다.

[과학을읽다]병원, 단순 치료 시설 넘어 '기술 혁신 전진기지'로 탈바꿈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줄기세포 유래 외배엽성 소재를 활용한 재생 치료를 진행 중이며, 일부는 이미 임상 1상을 통과했다. 뇌졸중 후유증이나 파킨슨병 같은 난치병 치료를 목표로 한 연구가 병원의 실증을 통해 실제 임상 단계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연 한림대 성심병원 스마트헬스케어센터장은 "의료기관과 공학 연구자가 함께 실증할 수 있는 과제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스타트업이 병원과 협력해 기술을 개발·도입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재생의학은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MIT 공동 연구소는 3D 바이오프린팅 장기를 개발 중이며, 일본 오사카대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활용한 망막세포 이식 임상시험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유럽연합도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오소재·재생의학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병원은 중심에 있다. 임상 실험에 참여하는 환자 데이터, 실험실 연구 결과, 기업 협력 성과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관제실에서 통합 관리된다. 연구와 임상이 단절되지 않고 실시간으로 연결돼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크게 앞당긴다.


가상의 인체, 실제의 치료

병원의 역할은 이제 가상의 환자를 만들어 치료를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환자의 심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장 디지털 트윈'을 구현해 시술 전 혈류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은 간암 환자 치료에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방사선량을 최적화했다.

[과학을읽다]병원, 단순 치료 시설 넘어 '기술 혁신 전진기지'로 탈바꿈 서울대병원. 아시아경제DB

이제 의학은 실제 수술 전 단계에서 '가상 실험실'을 통해 위험을 예측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시대에 들어섰다.


해외에서도 프랑스의 '리빙하트' 프로젝트, 독일의 '인체 디지털트윈' 프로젝트, 미국 FDA의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정부 주도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영상, 생체신호, 임상기록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야 완성된다. 이 모든 데이터의 흐름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중심 역시 병원 컨트롤 센터다.


혁신의 컨트롤 타워로

병원은 실험실, 테스트베드, 데이터 허브, 최종 소비자를 아우르는 의공학 컨트롤 타워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재생바이오 실증 지원센터'를 통해 병원 임상과 기업 연구개발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 주요 병원들도 이미 컨트롤 센터로 변모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스타트업을 병원 내부에 입주시켜 데이터를 공유·관리하고, 독일 샤리테병원은 연구자와 엔지니어가 한 공간에서 협업한다.

[과학을읽다]병원, 단순 치료 시설 넘어 '기술 혁신 전진기지'로 탈바꿈 해외 병원 응급실. 픽사베이 제공

다만, 해외 주요 병원에 비해 국내 병원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와이브레인의 이기원 대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병원 내 진료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와 개발, 창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연구·창업자인 '임상 기업가' 트랙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하고, 병원이 스타트업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지식재산권(IP)이나 사업적 성과를 공정하게 공유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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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은 이미 풍부한 임상 데이터와 빠른 디지털 인프라를 갖췄다. 여기에 연구·산업·임상을 잇는 시스템적 보완이 더해진다면, 의료 AI, 재생의학,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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