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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사람 죽지 않는 시스템…AI 안전기술 법제화·표준화 정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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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AI·시스템 기술활용 중대재해 예방 토론회

인공지능(AI) 기술이 중대재해 예방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산업 현장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수용성과 신뢰성 부족, 비용 부담, 법제도의 경직성이 걸림돌이라며 국가 차원 기술 표준화와 세액 공제 확대 같은 실질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공동으로 'AI·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중대재해 예방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DL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한화오션, 현대제철, SPC, 코레일, 한국전력공사 등 대기업·공공기관 안전 관리 담당자들이 총출동했다. 토론회에서는 기업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한계와 정부 지원 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했다.


"국가 차원 개발·표준화 필요"
"실수해도 사람 죽지 않는 시스템…AI 안전기술 법제화·표준화 정부 나서야“ 서울 강동구 한 건설현장 모습.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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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공통으로 인공지능기술을 기업 단위에서만 개발·적용하기에는 한계가 크다고 호소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로봇·자동화 같은 공통 기술은 기업 단위로 개발·운영하기에는 연간 100억원 이상 비용이 들어 부담이 크다"며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같이 개발해주면 현장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대상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기업마다 따로 개발해 쓰고 있으나 건설 용어 특수성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표준화된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 중소기업도 쉽게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DL이앤씨 관계자도 "인공지능 관제 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데만 연 110억원이 든다"며 "수익성이 악화한 건설업계가 비용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안전 장비 투자비를 세액 공제로 돌려야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고 건의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있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인공지능 번역 시스템을 도입해도 한계가 많다"며 "이런 부분은 정부가 나서 기준화해주고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외장 로봇을 무인화하려고 개발 중이지만 기업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S건설 관계자는 "대기업도 인공지능 번역 정확도 문제로 어려움이 큰데, 중소기업은 자체 역량이 없어 더 취약하다"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정부가 정책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 단위 실증이 어려운 만큼 공동 실증 사업을 정부가 운영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율 무인주행, 스마트 CCTV, 디지털 트윈 등 신기술이 너무 많아 기업 단위로 실증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업종별 공동 PoC(실증)를 운영해 검증된 기술을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장 수용성 큰 걸림돌"

현장 수용성 부족도 언급됐다. 한화오션은 "현장 수용성 문제 때문에 적용하지 못하는 기술이 많다"며 "정부가 법·규정을 정비해 도입을 권고해줘야 한다"고 했다. HD현대삼호는 "지게차에 레이더 센서를 달았지만, 알람이 지나치게 울려 작업자들이 꺼버린다"며 "인공지능 기술로 신호를 걸러내지 않으면 센서 같은 안전장비도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이 연간 23만 건, 하루 3400건 이상인데 협력사의 대부분이 50인 미만 영세업체"라며 "인공지능이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현장 수용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또 "망 연계 심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보안 가이드도 모호하다"며 "정부가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코레일 관계자 역시 "철도는 특수성이 큰데도 일률적 안전관리 툴만 강제돼 맞지 않는다"며 "업종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 체계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교육만으로는 한계…시스템 전환 필요
"실수해도 사람 죽지 않는 시스템…AI 안전기술 법제화·표준화 정부 나서야“ 2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AI·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중대재해 예방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소희 의원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을 통해서라도 사고를 줄이자'는 사회적 합의로 2021년 시행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연간 산재 사망자는 800명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토론회에 앞서 발제자로 나선 채종길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이 기업 경영진의 관심을 높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시행 이후 기업들이 대형 로펌에 사건 수임뿐 아니라 사전 자문을 대거 맡겼다. 건당 자문 비용이 2억~3억원에 이른다"며 "이 자문이 안전 대책이 아니라 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경영진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고 했다. 채 연구위원은 "결국 기업들이 사고 예방보다 준법 대응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이라며 "사람이 실수해도 죽지 않게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이라고 했다.


사고 원인 규명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 연구위원은 "건설 사고 데이터 분석 결과, 원인 기록 대부분이 '개인 과실'로 돼 있다"며 "결국 재발 방지는 교육만 반복하는 방식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온종일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위험한 공간에 오래 있으면 무감각해지는 게 현실"이라며 "실수를 무조건 개인 책임으로 돌리고 교육으로만 해결하려는 발상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교통사고 감소 사례를 들어 "하드웨어(범퍼 설계, 전방·후방 센서), 소프트웨어(교통 법규), 휴먼웨어(안전벨트 착용 문화)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사고와 사망이 줄었다"며 "산업재해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채 연구위원은 "이미 인공지능·센서 같은 안전 기술은 다 개발돼 전시장에 나와 있는데 문제는 현장 적용과 비용 부담"이라며 "교육비에 치우친 예산을 실제 장치와 설비 도입에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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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를 주최한 김 의원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아픔으로 이어진다"며 "기업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제도적 지원, 사회 전체 협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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