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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월드+]美 대신 핵보유국 파키스탄 손잡은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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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우산 등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스라엘 편향 美행보 불신 누적
파키스탄 매개 中협력 강화 가능성

[최준영의 월드+]美 대신 핵보유국 파키스탄 손잡은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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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어느 한쪽이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상호 지원하도록 하는 방위조약은 많은 국가 간에 체결되어 왔지만 이번 조약은 중동뿐만 아니라 남아시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조약의 핵심은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다양한 지원을 받는 것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은 가난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슬람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이며, 가장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핵 개발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은 약 170개의 핵탄두와 최대 사거리 2750㎞의 샤힌 3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로부터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으며 홍수 등 자연재해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은 그동안 사우디에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다.

파키스탄 노동자 약 250만명이 사우디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송금은 파키스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우디는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일정부분 자금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상호방위조약으로 이제 사우디는 간접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셈이 되었다.


그동안 사우디는 자국의 방위와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왔다. 수십 년에 걸쳐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한 사우디는 중동에서 가장 미국과 긴밀한 국가로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사우디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다양한 세력과 협력하면서 자국의 안보를 강화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우디가 파키스탄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게 된 이유는 최근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카타르는 2023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진행된 가자 전쟁과 관련해 미국 등의 요청에 따라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당연히 카타르에는 하마스 협상팀이 머무르고 있었는데 이를 이스라엘이 공격한 것이었다. 카타르는 물론 인접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서는 이스라엘의 무력에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더해 미국이 이스라엘을 통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폭격 이후에도 이스라엘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데 대해 중동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에 자국의 안보를 위탁해서는 안 된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핵우산을 제공함으로써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균형을 달성하게 되었다.


파키스탄과 사우디의 상호방위조약 체결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과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전투기를 비롯한 각종 군사 장비 등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발생했던 인도와 파키스탄의 공중전에서 파키스탄 공군은 인도 공군의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 다수를 격추했는데 이때 활용된 전투기와 미사일 모두 중국이 공급한 것이었다.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당시 중국의 위성과 조기경보기 등이 인도군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파키스탄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파키스탄이 사우디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중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파키스탄을 사이에 두고 보다 긴밀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번째 해외 순방지로 중동지역을 선택하면서 많은 공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UAE, 카타르 등 3개국으로부터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인공지능(AI) 칩 대량 제공 및 공동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AI 분야에서 중동의 자본과 에너지를 동원함으로써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 상호방위조약 체결에 따라 사우디가 미국의 뜻에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독자적 판단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중동 국가들 사이에 전면적으로 확대됨으로써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파키스탄은 2001년 9·11 이후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 과정에서 미국과 기본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탈레반에 대한 지원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파키스탄의 적대세력인 인도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노골적으로 파키스탄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파키스탄으로서는 인도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미국의 인도 편향은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파키스탄은 중국에 의존하면서 생존을 모색했는데 이제 사우디라는 새로운 세력을 끌어들임으로써 보다 독자적인 활동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파키스탄과 사우디의 상호방위조약은 이제 세계가 새로운 질서로 향하고 있음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여러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친구와 적의 구분은 모호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동맹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동을 막연하게 친미 국가와 반미 국가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그 속에서 우리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함을 두 나라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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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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