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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벤처투자 40조'가 몰고 올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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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혹한기'에 딥테크 스타트업 성장 지체
내년 투자금 급증하는데 밸류만 높아질 수도
벤처캐피털 실력을 어떻게 키울지도 고민 필요

[초동시각]'벤처투자 40조'가 몰고 올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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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창업·벤처 예산은 4.4조원으로 올해 대비 23%나 확 늘어난다. 1호 공약이었던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법제화도 이뤄졌고 국민성장펀드 청사진도 나왔다. '5년 내 벤처투자 40조원'이란 목표를 향해 빠르게 향해가고 있다.


스타트업·벤처는 경제에 혁신을 일으킨다. 청년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한다. 투자 확대는 바람직한 일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1개를 살리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이 12조원이다. 이 돈이면 스타트업 1만2000개에 10억원씩 투자할 수 있다. 고용 창출 효과는 대기업보다 훨씬 크다. 대기업이 미국으로 떠나는 자리를 스타트업·벤처가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벤처 업계 현실을 살펴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윤석열 정부의 벤처 및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그리고 정반대로 이재명 정부의 두 분야 예산 급증이 가져올 후폭풍이 우려스럽다. 특히 벤처와 R&D 예산의 '롤러코스터'는, 그 파장이 수년에 걸쳐 지속될 게 뻔하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딥테크 스타트업은 창업 이전부터 R&D에 매달린다. R&D 국책 과제 수행은 거의 필수다. 국책 과제가 액셀러레이터(AC)나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에게 '우리 회사 기술력이 좋다'는 시그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책 과제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의 첫 관문인 기술성평가에서 핵심 정량 지표이기도 하다.


지난 3년간 국책 과제 통과는 좁은 문이 됐다. 국책 과제를 따내지 못한 기존 딥테크 스타트업은 후속 투자를 못 받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새로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던 이들은 참담한 현실 속에 꿈을 뒤로 미뤘다. 요즘 AC·VC들 사이에 "딥테크 분야 딜 소싱(Deal Sourcing·투자할 기업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 많아진 배경이다.


내년부터는 벤처투자 시장에 돈이 확 늘어난다. 괜찮은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은 적은데, 시장에 투자할 돈은 넘쳐나게 된다. 비슷한 상황을 불과 5~7년 전에 목격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빠른 속도로 늘어난 벤처투자금은, 지금의 딥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성장 밑거름이 된 순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비상장 기업가치(밸류)가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AC·VC들의 실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딥테크가 워낙 기술적으로 깊이(Deep) 들어가다 보니 외부인은 스타트업 기술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일 년에 수십 건의 투자제안서를 검토하는 심사역들로서는 제대로 공부해서 판단하기도 힘들다. 더군다나 이제 막 시장형성 초기인 딥테크 분야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읽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벤처투자 자금이 넘쳐나던 시절, '될성부른 떡잎으로 소문난' 스타트업에 우르르 몰려가 투자하는 클럽 딜(Club Deal)이 유독 많았다. AC·VC 입장에서는 많아야 20억~30억원을 투자해 놓고 나중에 코스닥 상장으로 대박 나면 10~20배 목돈을 회수할 수 있다. 투자를 결정한 심사역들은 회사가 망해도 "그 유명한 아무개도 투자했던 곳"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기 좋다.


클럽 딜은 경제학 개념으로 '군집행동(Herding Behavior)'이다. 합리적 선택이다. 하지만 합리적 선택이 부작용을 낳는 경우는 흔하다. 유명 VC 클럽 딜을 바탕으로 손쉽게 높은 밸류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던 기업들 상당수는 지금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이다. '무늬만' 딥테크 기업이었거나, 글로벌 시장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 3년 동안 AC·VC들은 딥테크 투자 대신 당장 매출이 나는 곳에 투자를 집중했다. 당연히 딥테크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여유가 없었다. 내년부터 엄청난 자금을 소진하기 위해 또다시 우르르 몰려가 투자하기 시작할 것이다. 본질가치(펀더멘털)보다 밸류는 부풀려지고, 제대로 된 검증이 안 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다.


정부는 투자금 확대와 투자 주체의 다양화로 이 같은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것 같다. 모태펀드를 따내기 위한 투자자 간 경쟁과 역할 분담을 통해 실력자를 가려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성장펀드로 AI 등 수백~수천억 원 자금이 필요한 곳에 투자하고, BDC를 통해 시리즈 B~C 투자를 활성화하고, 모태펀드 확대로 시드~시리즈A 투자를 늘리는 계획이다. 하지만 펀드운용주체(GP)의 군집행동 같은 오래된 행태는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실력자가 가려지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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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돈은 충분히 풀린다. 스타트업·벤처 시장의 오랜 난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이 필요하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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