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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차별, 오늘도 계속되는 '얼굴'[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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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관객은 사건에 얽힌 인물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외모와 불평등, 인간 존엄성에 관한 질문과 마주한다.

연 감독은 개인의 삶과 사회적 구조를 교차하며, 외모와 장애를 기준으로 한 차별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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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얼굴'이 묻는 외모와 불평등
산업화 시대 차별의 그림자…보이지 않는 사람들
여전한 현실…사회적 성찰 촉구하는 거울로 기능

40년 전 차별, 오늘도 계속되는 '얼굴'[슬레이트] 영화 '얼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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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40년 전 살인사건으로 한국 근대사의 이면과 여전한 부조리를 환기한다.


시각장애를 딛고 전각(篆刻) 장인이 된 임영규(권해효)를 보필하며 공방을 운영하는 아들 임동환(박정민). 어느 날 40년 전 행방불명된 어머니 정영희(신현빈)의 백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다큐멘터리 PD 김수진(한지현)과 함께 사인을 파헤치면서 어머니가 외모 때문에 사회적으로 조롱과 멸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상호 감독은 박정민에게 젊은 시절 임영규까지 맡겨 개인적 서사와 사회적 맥락을 교차시킨다. 추리물의 긴장보다 장애나 낙인이 개인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과 사회적 배제의 현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40년 전 차별, 오늘도 계속되는 '얼굴'[슬레이트] 영화 '얼굴' 스틸 컷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산업화 속 불평등

피복공장에서 정영희는 '똥걸레'로 불린다. 공장 관리자와 동료들이 툭하면 외모가 못생겼다며 놀린다.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외모 지상주의의 단면이다. 1970년대에 이촌향도(離村向都)가 본격화되면서 가문이나 마을 같은 공동체는 더 이상 개인의 정체성을 보장하지 못했다. 대신 평가 대상이 된 것은 외형이었다. 개인을 판단하는 손쉬운 잣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노동시장 구조도 이런 경향을 부추겼다. 단순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와 사무직 비중이 커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단정한 외모가 중시됐다. 오늘날 외모가 이른바 '스펙'으로 자리 잡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사회적 불평등과 맞닿은 문제로,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물론 여성들의 자존감과 사회적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차별을 논외로 하더라도, 가부장적 관념이 깊이 뿌리내린 한국 사회에서 여성 노동자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인권 유린과 매연, 살인적인 강도의 노동을 겪으며 청춘기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40년 전 차별, 오늘도 계속되는 '얼굴'[슬레이트] 영화 '얼굴' 스틸 컷

연 감독은 불합리한 현실을 펼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정영희가 살아내는 꿋꿋한 생명력도 섬세하게 조명한다. 그것은 단순한 반항이나 도전이 아니다. 입에 풀칠하기 위한 처절함이자 타인을 위해 조각조각 부서지는 희생을 기꺼이 무릅쓰는 숭고함이다.


정영희가 외모로 주변인들의 무시와 조롱 속에서 살아간다면, 임영규는 장애로 사회적 편견과 제한된 기회를 경험한다. 1970년대만 해도 시각장애인의 권리는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 사회 구성원 상당수도 불평등을 완화하기는커녕,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심화시키며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취급했다.


임영규는 '보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정영희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불의에 직접적으로 맞서기보다 무료로 도장을 파주는 등 공장 관리자의 비위를 맞춘다. 비겁해 보이지만, 불평등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타협적 선택이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현실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연 감독은 상반된 삶의 방식을 대비시켜 사회적 약자 간 충돌을 예고한다. 더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개인의 삶을 짓누르는 구조적 불평등과 그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복합적 심리를 동시에 인식하게 한다.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그 모든 선택과 갈등은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


40년 전 차별, 오늘도 계속되는 '얼굴'[슬레이트] 영화 '얼굴' 스틸 컷

40년 전과 다르지 않은 현실

영화는 정영희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를 평가하는 사회적 시선에만 의존하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는 달라졌는가?


40년 만에 치러지는 정영희 장례식에서, 그녀의 자매들은 조카가 사진을 보고 싶다는 요청에 무례하게 대응한다. "영희는 얼굴이 못생겨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 그냥 못생긴 게 못생긴 거지. 뭐 있어."


정영희와 공장 생활을 함께한 동료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어떻게 생겼다고 얘기하기가 애매한데, 아무튼 안 좋아. 못생겼어." 임동환 옆에서 몰래 촬영하던 김수진은 이런 대화에 흥미를 느끼며, 자극적인 소재의 다큐멘터리를 구상한다.


40년 전 차별, 오늘도 계속되는 '얼굴'[슬레이트] 영화 '얼굴' 스틸 컷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관객은 사건에 얽힌 인물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외모와 불평등, 인간 존엄성에 관한 질문과 마주한다. 연 감독은 개인의 삶과 사회적 구조를 교차하며, 외모와 장애를 기준으로 한 차별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차별을 직시하게 하는 유려한 연출을 보여준다. 특히 임동환이 어머니의 삶을 파헤치며 느끼는 감정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개인의 가치를 외적 기준에 의해 판단하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게 한다.


장애라는 구분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는 여전히 먼 길이다. "차별하면 안 된다"는 원칙적 메시지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 사례와 구조적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다. 때로는 차별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방식에 설득력이 없다"는 질타가 가해지기도 한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가진 차별 감수성은 제각각이고, '사회'라는 큰 주어 속에서 스스로가 차별을 잔존시키는 일원이란 사실은 잊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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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차별, 오늘도 계속되는 '얼굴'[슬레이트] 영화 '얼굴' 스틸 컷

이런 이유로 '얼굴'은 단순한 피해와 가해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사회적 불평등과 개인적 경험이 맞닿는 불편한 진실을 통해 사회적 성찰을 촉구하는 거울에 가깝다. 4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정영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외모를 품평하고, 채용 과정에서 '이미지'를 평가하며, 장애인을 '극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그것이다. '얼굴'은 묻는다. 언제까지 누군가의 얼굴을 함부로 재단할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방관자가 될 수 없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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