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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 걸면 코걸이'식 의료행위 설명의무…"앞뒤없는 규제가 필수과 기피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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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변수 설명 어렵고 설명 범위도 모호"
"환자 보호 제도가 필수의료 기피 원인돼"

수술 절차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에 배상 책임을 묻는 법원 판결을 둘러싸고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 집도의가 아닌 다른 전문의가 긴급 투입돼 수술을 이어갔음에도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이 환자 측에 금전적 배상을 하라는 것인데, 수술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의료진이 최선의 판단을 내릴 재량을 크게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목소리다. 이처럼 '사법리스크'가 계속해서 가중되면 가뜩이나 취약해지는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에 걸면 코걸이'식 의료행위 설명의무…"앞뒤없는 규제가 필수과 기피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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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술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해 환자의 시력이 영구 저하된 데 따라 벌어진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의료진이 환자 측에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최근 나온 것을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집단의 반발과 우려가 다시 한번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건 의료진이 환자 측에 대한 '설명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술 도중 환자에게서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집도의의 판단에 따라 그 증상과 관련된 전문의가 급하게 투입돼 수술을 이어갔으나 결과적으로 영구적인 시력 저하라는 피해가 환자에게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른 의사를 투입해 수술을 지속하려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저러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설명을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제대로 하지 않았으므로 배상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의료행위 자체에 대한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다.


현행 의료법 제24조는 의료인이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려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해당 의료행위의 필요성, 방법, 내용,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해 수술 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의료진은 전문의와 협진으로 이상 증상에 즉각 조치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계는 설명의무 규정에 따라 모든 변수를 설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설명의 범위 또한 모호해 환자나 법원 등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뇌경색 가능성은 설명을 했지만, 저산소성 뇌 손상이란 구체적 위험성은 설명하지 않아 법을 어겼다는 과거의 판결이 이 같은 모호성이나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선례로 꼽힌다.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는 "설명의무 위반은 의료 과실이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환자에 대한 배상이 필요해 보이는 경우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판사의 심증만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필수의료 기피 현상과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산부인과·외과·흉부외과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 분야 종사자들은 설명 의무 위반의 폭넓은 적용으로 인해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받고 있다"며 "이는 곧 해당 분야에 대한 진료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며 공공보건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가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등 필수의료 분야 기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의료계는 수년간 '금융상품 표준약관'과 같이 공통된 '표준 진료 지침'을 문서화하는 방안을 강구했지만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의료 행위의 종류가 많고 환자의 기저질환, 병력, 체력, 나이 등 배경 환경이 다양해 표준 진료 지침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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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해결을 위해 법조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단 주장도 제기됐다. 전 이사는 "의료행위의 불확실성과 구체적인 다양성에 대한 판단을 전문가인 의사가 판단하면 최대한 신뢰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고 있다"며 "최근 이런 사회적 합의를 깨는 분위기가 보인다. 현장 전문가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는 논의가 법조계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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