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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EW]육아휴직, 닿을 수 없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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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인력 활용 어려운 노동 구조
中企 관행·남성 휴직 편견도 한몫
실행 가능 구조·인식 뒷받침돼야

[THE VIEW]육아휴직, 닿을 수 없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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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모두 부모가 출산과 육아를 위해 일정 기간 일을 쉬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은 출산휴가 90일과 최대 1년의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하며, 고용보험에서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해 소득을 일정 부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남녀 모두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비슷하게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가족 및 의료 휴가법(FMLA)을 통해 최대 12주의 무급휴가를 보장한다. 다만 적용 대상이 5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로 상당히 제한적이고, 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뉴욕 등 일부 주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유급휴가 제도를 제공해 이를 보완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국이 제도 기간과 급여 보전 면에서 미국보다 훨씬 우월하다. 그러나 실제 사용률과 체감 환경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제도는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 차이를 만드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대체인력 채용 구조다.


한국에서는 장기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해당 업무를 대신할 단기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장 구조와 법적 제약 때문이다. 한국의 채용은 정규직 채용이 일반적이고, 단기 혹은 계약직 채용이 있더라도 주로 생산직이나 서비스직에 한정된다. 게다가 경력이 있는 사무, 전문직 단기 인력은 그 풀 자체가 아주 작다. 여기에 법적 제약이 겹친다. 파견 허용 직종이 제한적이고, 기간제 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기업들이 단기 채용 자체를 꺼린다.


반면 북유럽 국가나 미국 일부 대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원체 파트타임이나 계약직 비중이 높은 데다가, 정부나 기업이 대체인력 전담 인력을 관리한다. 예를 들어 미국 대기업은 휴직 공백을 인사 이동이나 내부 프로젝트 인력 배치로 메우는 경우가 많아 대체인력 채용이 조직 운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직무 매뉴얼화가 잘돼 있어 새로운 인력이 빠른 시간 내에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다.


[THE VIEW]육아휴직, 닿을 수 없는 권리 야근 중인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한국에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기존 인력이 휴직자의 업무를 떠맡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때 기존 인력의 업무량이 늘어나면 법적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초과근무에 대해 통상임금의 1.5배 이상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온전히 지켜지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포괄임금제와 비공식 초과근무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해 별도 지급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비공식 초과근무는 기록에 반영하지 않고 업무량만 늘리는 형태다. 이 경우 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 여력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다. 대체인력을 채용하고 초과수당까지 지급하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기존 인력이 초과근무를 하되 공식 기록은 남기지 않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고용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업무분담지원금을 신설했다.


덧붙여 제도와 비용 구조 외에도 국내 조직 문화도 문제다. 일부 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을 아주 특별한 배려로 인식하고, 특히 남성이 이를 사용하면 부정적 시선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승진이나 성과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러한 분위기는 근로자의 법적 권리를 실제로 누리지 못하게 만든다.


한국은 이미 법적으로 미국보다 긴 육아휴직과 일정 수준의 급여 보전을 제공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제도가 온전히 작동하려면 법적 틀 위에 제도의 실행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대체인력 채용이 자연스럽고 초과근무가 공정하게 보상되는 환경이 갖춰질 때 육아휴직은 더 이상 눈치 보고 써야 하는 특별 혜택이 아니라 당연히 누리는 권리가 될 수 있다. 저출생이 국가적 문제로 부상한 지금,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야 말로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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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영 美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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