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백승연은 어린 시절, 영화를 통해 세상 이야기를 보고 들었다. 부모님이 영화 애호가였다. 특히 교사인 어머니는 딸에게 영화 속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좋은 영화가 심야에 TV로 방송되면, 자고있는 딸을 깨울 정도였다. 백승연도 부모님과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오래 이야기하는 데 큰 즐거움을 느꼈다.
부모님과 늦은 시간 '인터스텔라'를 본 뒤에는 왈칵 눈물을 쏟을 정도로 감성도 키웠다. "생이별을 한 아버지와 딸이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상상을 그대로 구현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에 질투도 느꼈다."
9년 전 관객으로 만난 '렛미인'…'일라이' 역할 맡으며 재회
상상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매체, 영화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경기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입학을 앞둔 2016년 1월 처음 연극을 봤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초연한 연극 렛미인을 관람했다.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렛미인은 직전 해에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주목받은 박소담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연극이다. 백승연은 당시 무대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는다. "무대 장치가 신기했다. 연출이 보통의 연극과는 조금 결이 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생각했다."
백승연은 현재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렛미인'에서 박소담이 9년 전 연기한 '일라이' 역을 맡아 출연 중이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백승연의 연극 데뷔작이다.
렛미인 공연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2020년 두 번째 공연을 준비했다. 당시 오디션을 통해 일라이 역을 맡을 배우 2명까지 선발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끝내 공연을 올리지 못했다. 백승연은 당시 6명을 선발한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지만 끝내 고배를 들었다. 그는 "분명히 다시 공연할 것이라 생각하고 신시컴퍼니 홈페이지를 계속 살폈다. 승부욕을 느꼈다. 인생 첫 공개 오디션이었고 최종까지 갔을 때 뭔가 해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다"고 했다.
그리고 백승연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연기한다는 게 흔한 기회는 아니니까 끌림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렛미인은 독특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다. 뱀파이어 소녀와 왕따 소년의 묘한 끌림을 다룬다. 스웨덴 작가 욘 린드크비스트의 2004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렛미인은 2008년 스웨덴에서, 2010년 미국에서 잇달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뱀파이어와 왕따 소년 이야기…"오래 행복하게 연기하는 게 꿈"
백승연이 자신이 연기하는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에 대해 "햇빛을 보지 못하고 밤에만 활동하다 보니 사회화가 덜 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백승연은 억양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건조한 말투와 인간의 태도를 세세히 관찰하듯 노려보는 눈빛으로 서늘한 느낌의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를 표현했다. "말투나 눈빛 또는 고갯짓을 통해 신비롭고,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면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백승연은 연기를 잘 하기 위해 결국 인간과 사회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교 때 부전공으로 사회학을 공부했다.
"연기를 하다 보면 한계가 많이 찾아온다. 대본의 텍스트를 살아있는 걸로 표현을 해야 되는데 어리고 경험이 없으니까 표현을 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막상 공부해보니 그렇지는 않았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를 공부하고 싶어 사회학을 공부했다."
그는 행복하게 오래 연기를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 사는 삶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그래야 오래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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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람 사는 게 어떤 건지 이해하고 싶다. 사람 사는 게 건강하든, 건강하지 못하든 그냥 온전히 느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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