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브래드포드 첫 亞 순회전
'Keep Walking'
아모레퍼시픽미술관서 개막
바닥 위 작품 등 틀을 깨는 시도
대표작, 신작 포함 40여점 소개
동시대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작품 세계는 '사회적 추상(Social Abstraction)'으로 명명된다. 그에게 추상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불평등과 권력, 정체성의 균열을 시각화하는 감각적 저항에 가깝다. 그가 자신을 "미술사와 투쟁하는 사람"이라 설명하는 이유다.
마크 브래드포드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 ' 'Mark Bradford: Keep Walking'이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2024년 독일 함부르크반호프 순회전의 연장선으로, 회화, 설치, 영상 등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거리의 재료 활용한 예술로 사회적 문제 조명, 늦은 시작에도 빠르게 주목받아
1961년 로스앤젤레스 사우스 센트럴에서 태어난 작가는 주요하게 어린 시절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보낸 기억에 기반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형성해 왔다.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와 포스터, 신문지 등을 찢고 겹치며 흑인과 퀴어, 도시 하층민의 삶을 예술로 승화해 주목받았다. 정식 예술 교육은 30대 중반,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에 입학하며 뒤늦게 시작했으나 그의 예술성은 빠르게 인정받았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로 발탁된 이래,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2021), 아트리뷰 'Power 100' 19위(2024)에 올랐다. 현재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갤러리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속해있다.
보는 예술의 틀 깨고 발로 느끼는 예술..."회화에 대한 질문 시간 가지길"
이번 전시에서 처음 관람객을 맞는 '떠오르다'(2019) 전시는 거리의 물건들을 찢고 겹치는 브래드포드 특유의 예술 방식을 잘 드러낸 설치미술이다. 로스앤젤레스 작업실 주변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와 광고 포스터, 신문지 등을 긴 띠 형태로 재단해 큰 전시실을 가득 메웠다. 관람객은 눈에 담는 예술을 넘어 발로 밟아 체감하는 예술성을 느껴볼 수 있다.
작품 위를 걷는 전시는 '사회적 추상'의 담론을 형상화한다. 작품을 액자라는 틀에서 해방시켜 관람객과 신체적 접점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 안에 들어가 걷게 하고 싶었다. 그것은 회화에 대한 질문이자, 동시에 정치적 행위"라며 "우리는 모두 각자의 몸 안에 갇힌 존재다. 하지만 그 몸을 통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다.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계속 걷는 것, 그것이 저의 메타포이다"라고 설명했다.
파마 용품으로 만든 작품 등 대표작 대거 전시
이번 전시 작품의 특징은 예술적 영감의 토대를 형성한, 어린 시절 머문 엄마의 미용실과 그 시절 겪었던 사회적 부조리의 경험이 발산됐다는 점이다. 미용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마용 반투명 종이(end paper)를 활용해 거리 위에 새겨진 구조적 불평등의 역사를 다룬 대표작 '파랑'(2005), 억압적 질서 속에 자율성 회복을 그린 '믿음의 배신'(2024) 등 작품은 작가의 사회적 추상의 개념을 잘 드러낸다.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2019) 작품은 범세계적 불평등을 꼬집는다. 여러 개의 구체로 형성된 작품은 종이로 만든 불탄 대륙과 바다를 통해 파편화된 세계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각기 다른 질감과 크기는 뷸균형과 고립, 생태 위기가 심화하는 지구의 현실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대사를 인용한 제목은 파괴적 권력 욕망이 초래하는 사회적 붕괴와 정치적 몰락에 대한 비판적 함의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같은 지구에 살지만, 전혀 다른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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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내년 1월25일까지 이어진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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