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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칼럼]왜 세계는 백악관에 사로잡혔는가

시계아이콘03분 38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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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존재감 과시하는 트럼프
글로벌 정세·경제 불확실성 고조
美신뢰 지속 가능성에 동맹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필자가 경험한 14번째 미국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는 이 중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역대 백악관 주인들의 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영국·독일·인도·브라질·프랑스·호주의 교양 있고 국제 정세에 민감한 이들조차 미국 대통령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는 때가 있었다.


물론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거나 전쟁을 일으키거나 탄핵을 당하거나,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고 옷을 멋지게 입는 아내가 있을 때는 관심을 가졌다. 우리는 미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발을 맞춰야 한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처럼 미국에서 몇 년간 거주하고 올해 1월까지 정기적으로 방문해 온 사람조차 이 '이웃의 초강대국'이 무슨 일을 벌일지 고민하며 밤잠을 설친 적은 없었다.


예전에는 비행기가 자기 집 위로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을 '쓸데없이 걱정 많은 겁쟁이'라며 비웃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비행기 추락 강박'에 시달리는 이들이 어떤 기분일지 우리도 정확히 알게 됐다.


우리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매혹되고 동시에 사로잡혀 있다. 그 누구도 그의 감정 기복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점이 그가 가장 즐기는 부분이다. 그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富)와 모든 사람이 자신의 변덕에 머리를 조아리는 세상이다. 그는 곧 '태양왕'이다. 전 세계의 관심사가 그를 향한다. 이는 그가 충동적으로 세상에 비를 내리거나 해를 비추게 할 의지와 권력을 모두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입증해 보였기 때문이다.


누구도 이것을 정상이라 여기거나 그렇게 가장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이건 명백히 비정상이다. 이것은 일종의 정치적 기후 변화를 의미한다. 어떤 면에서는 지구 온난화보다도 더 당혹스럽다. 그게 어떤 나라든 간에 어떤 날에는 백악관의 영향으로 나라 전체가 전자레인지에 데워진 듯 달아오르다가, 또 어떤 날에는 갑작스레 영구동토층(permafrost) 속에 던져지듯 얼어붙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방공 시스템과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일이다. 이들 무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구매한 것이다. 이 조치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긍정적인 변화다. 우크라이나의 도시 주민들은 미군 무기 지원이 느려지면서 매일 밤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왔다.


핵심적인 물음은 이것이다. 우크라이나와 그 지도자를 몇 달씩 깎아내리던 대통령이 마음을 바꾼 것이 과연 얼마나 진지한 변화인지, 그리고 이 변화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실망했다"고 말하면서도 "관계를 완전히 끝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의 재임 이후 러시아 재벌들의 미국 사업 활동은 더 자유로워졌고 이들의 동향을 감시하던 워싱턴 내 정부 기관들 또한 폐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재개한 주된 이유는 개인적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모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감정이 바뀐다면 미국의 대외 정책 역시 언제든 또 바뀔 수 있다.


또 다른 불안 요소는 세계 경제다.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들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롤러코스터식 정책 속에서 미국 경제가 버텨낼 수 있을지, 혹은 결국 붕괴할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재차 공개 저격하면서 Fed의 독립성과 정책 방향에 대한 의도적 불확실성을 키웠다. 시장의 신뢰도 한층 더 흔들리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미친 짓(crazy)"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주 동일한 수사를 동원했다. 미국 월가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 모하메드 엘 에리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미국의 회복력과 압도적인 혁신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포린어페어스 신간에서 다른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하게 합리적인 선택지는 튼튼한 금융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미국 의존도를 낮추며, 새 외교?경제적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도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역할을 다시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당분간 없다. 어쩌면 영원히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엘 에리언은 국가와 기업 모두 '활성 관성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는 행동과학자들의 언어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익숙한 방식과 관행에 매달리는 현상을 뜻한다.


지금 전 세계 거의 모든 정부가 스스로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과연 트럼프에 맞설 용기가 있는가." 2주 전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전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에 대한 형사 기소를 중단하지 않으면 브라질산 대미 수출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권력 유지를 위해 쿠데타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 위협은 무역수지 문제와 관련된 것처럼 보이려는 시도조차 없다. 이는 그저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독재자 보호 프로그램'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서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보우소나루의 아들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는 트럼프 일가와 개인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의 위협에 격분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자는 없다"고 일갈했다. 브라질의 대미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불과하지만,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입 흐름에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은 더욱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대변해 관세 위협을 앞세운 로비에 나서면서, EU의 정책적 고민이 깊어졌다. 이 문제는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선다. 미국의 빅테크는 사실상 무방비에 가까운 콘텐츠 정책을 운용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심각하게 해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뤼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규제하고 반사회적 콘텐츠를 유포하는 기업을 제재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빅테크가 사실상 제한 없는 자율권을 누리도록 옹호하고 있다. 그와 측근들은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부른다. 유럽이 더 광범위한 무역 전쟁으로 번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결국 규제당국이 워싱턴에 고개를 숙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박은 'EU 반강제수단법'을 적용할 수 있는 명백한 사례로 보이지만, 실제로 EU가 이를 미국에 적용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란 문제도 남아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협상을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공습으로 돌아갈 것인가. 필자의 지인 중에는 이스라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도 포함돼 있는데,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를 자신의 전쟁에 끌어들였고, 이란은 분명 위험한 세력이지만 실제로 핵무기를 곧바로 만들 단계는 아니었으며, 무력만으로는 이란의 지역 내 공격성과 위협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푸틴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고 말하듯, 과연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등을 돌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대통령 본인조차 다음 주 화요일에 자신이 무엇을 할지, 혹은 하지 않을지를 모른다. 이 불확실성 자체가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만들며 거의 매일같이 도널드 트럼프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는 이유다.


[블룸버그칼럼]왜 세계는 백악관에 사로잡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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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헤이스팅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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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Why the World Is Haunted by This White Hous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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