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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탈출구 많은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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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구조 속 개인은 변화 대응 어려워"
한국사회 제로섬 게임 악순환 진단
해법은 '엑시트 옵션 확대'

"지금 여기서 탈출(엑시트)하면 더 나은 삶이 기다릴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탈출을 꿈꾼다. 직장인, 남편과 아내, 노인과 청년 등 우리 일상 속 모든 관계는 상대적이며, 언제나 손해와 차별, 배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때 탈출은 저항과 충성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주요 대응 방식 중 하나다.


'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는 한국 사회가 빠진 제로섬 게임의 악순환을 진단하고, 개인에게 보다 자유로운 '엑시트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구조 개혁을 제안하는 책이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불평등의 세대', '쌀 재난 국가'에 이어 펴낸 '불평등 3부작'의 완결작이다.

[빵 굽는 타자기]탈출구 많은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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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앞선 저서에서 386세대의 세대 네트워크가 만든 불평등 구조와 그 뿌리에 자리 잡은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를 분석했다. 이번 책에서는 인공지능(AI), 저출생·고령화, 이민이라는 세 가지 핵심 변화가 기존의 '소셜 케이지'와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새로운 불평등 양상을 다룬다.


소셜 케이지란 개인을 특정 공동체에 묶어두는 각종 제도와 메커니즘의 집합을 뜻한다. 가족, 직장, 국가 등 사람들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심리적·제도적·문화적 장벽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벼농사 문화 기반의 기업 시스템이 여전히 강고한 사회다. 학벌, 내부 노동시장, 연공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이 시스템은 협업과 위계, 경쟁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를 이룬다. 쉽게 들어갈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장기 고용이라는 안정성을 보장받는 대신, 더 높은 지위와 보상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서로 협력하면서도 동시에 경쟁 상대가 되는 모순적 관계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더 이상 시대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AI 자동화는 기존 제조업 기반 시스템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저출생 현상은 여성들이 가부장적 가족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저항의 결과지만, 사회 전체로는 인구 재생산의 위기를 야기한다. 개인에게는 탈출이지만, 사회에는 존립 위기인 셈이다.


이민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에는 약 30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체류 중이다. 이들은 한국인이 꺼리는 업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늘어날수록 기존 노동자들의 반감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 교수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엑시트할 선택지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좁은 길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해소하려면 특히 중하층 개인들이 더 다양한 선택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법은 '엑시트 옵션의 확대'에 있다. 한 조직에 매달려 서로를 구속하는 닫힌 경쟁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열린 사회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고, 기술을 익히고, 그 기술을 다른 분야로 이전하거나 전환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는 합당한 보상 시스템도 따라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과 국가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교수는 정치에서도 엑시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좌우 양극단으로 치우친 정치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 정책, 지도자와 함께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는 말한다. "특정 지역, 특정 인물, 특정 이념을 놓으면 된다. 그것으로부터 떠나면 된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열광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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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엑시트 / 이철승 / 문학과지성사 / 376쪽 / 1만8000원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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