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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현장에서 손잡았다…HUG도 "처음 본 일"[건설위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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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오투그란데' 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다시 덤프트럭이 다니기 시작했다.

유승혁 제일건설채권단협의회 대표는 "이렇게 협력업체들이 끝까지 공사를 밀고 가겠다고 나서는 건 제 20년 업계 경력에서도 처음 보는 일"이라며 "공사가 끝나야 분양 대금을 회수하고 그 돈으로 채권 변제가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다 같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일부 업체는 담보 대출이나 신용 대출을 통해 버티고 있고, 제일건설에도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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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되살아난 현장
부도 건설현장 재개…하청이 끌고 간 첫 사례
최대 채권자 NH농협은행, 회수 순위 양보
지자체·정치권 지원…협상 테이블 만들어
HUG도 입장 선회…보증기관, 공사 재개 동의
제일건설, 일부 자구안 마련…사재 출연도

"우리 협력업체끼리 뭉쳐서 공사를 끝냅시다."


전북 익산시 '오투그란데' 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다시 덤프트럭이 다니기 시작했다. 시공사인 제일건설은 이미 부도가 났지만, 하도급 업체들이 시멘트를 다시 바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공사를 마쳐야 분양대금을 회수할 수 있기에, 이 업체들은 채권단협의회를 꾸리고 공사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시공사가 부도가 난 상황에서 하도급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공사를 이어가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부도처리가 된 제일건설이나 대주단인 NH농협은행·수분양자들도 다 같이 힘을 합치기로 했다.


"포기 안 한다. 공사하겠다"…150여개 협력사 자발적 연대
무너진 현장에서 손잡았다…HUG도 "처음 본 일"[건설위기 보고서]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지난 8일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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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브랜드 '오투그란데'로 알려진 전북 건설업체 제일건설은 지난해 12월 어음 7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통상 부도가 나면 하도급 업체들은 공사대금 받기를 포기한다. 협력업체들은 채권 회수에서 후순위로 밀려 사실상 돈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150여개 협력업체들은 한데 뭉쳐 공사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지난 2월과 이달 현장 두 곳의 공사가 됐다. 함열읍 '북익산 오투그란데 더원'(259가구)은 금융권 채권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이 없어 비교적 일찍 다시 공사가 시작됐다. 남중동 '오투그란데 뉴퍼스트'(298가구)도 최근 공사 변경 계획안이 익산시 승인을 받은 뒤 공사가 재개됐다.


유승혁 제일건설채권단협의회 대표(승일종합건재 사장)는 "이렇게 협력업체들이 끝까지 공사를 밀고 가겠다고 나서는 건 제 20년 업계 경력에서도 처음 보는 일"이라며 "공사가 끝나야 분양 대금을 회수하고 그 돈으로 채권 변제가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다 같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일부 업체는 담보 대출이나 신용 대출을 통해 버티고 있고, 제일건설에도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최대 채권자 NH농협은행 통 큰 양보…지자체도 지원 나서

공사를 재개했다고 해서 자금 사정이 풀린 것은 아니다. 최근 HUG로부터 공사 개시 명령을 받은 남중동 현장은 잔여 공사비만 약 230억원에 달한다. 아직 집행되지 않은 6차 중도금이 들어와도 준공 전까지 실제 사용 가능한 자금은 고작 52억원에 불과하다. 유 대표는 "공사비의 20% 수준으로 나머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협력업체들은 대출 등 자구책에 의존하며 어렵게 현장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수분양자들이 나섰다. 지난 15~16일 남중동 현장의 6차 중도금 대출 실행을 앞두고 대출 서류 보완 작업이 필요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변경된 일정에 맞춰 직접 현장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변경 기간 이틀간 200명이 넘는 수분양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서류를 제출했다.


채권단도 합류했다. 이번 대출서류 변경 과정에서 공정 지연으로 무이자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NH농협은행과 협력업체 채권단, 제일건설 간 협의 끝에 기존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늘어난 공사 기간에 해당하는 중도금에 대해서도 무이자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대출 실행을 위한 실무 절차가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은 PF 대출 회수 조건을 재조정하는 등 통 큰 결정을 했다. 남중동 현장 PF 채권 약 250억원 중 약 150억원만 우선 회수하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약 100억원은 협력업체들의 미수채권 중 70%인 약 56억원을 받은 다음, 남은 금액으로 회수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제일건설 전체 채권 10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다. 회생계획안 심의 등 주요 의사 결정에서 NH농협은행의 입장이 사실상 결정권을 지닌다는 점에서 이번 회수 순위 변경은 협력업체들에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NH농협은행 측도 "공사가 중단되면 우리도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협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도내 정치권과 지자체도 제 역할을 했다. 유 대표는 "NH농협은행이 처음에는 협상에 응하지 않았지만, 전북특별자치도와 익산시가 나서서 자리를 만들어줬다"며 "그 지원이 없었으면 협의를 시작조차 못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UG는 남중동 공사 재개에 동의하며 힘을 보탰다. 제일건설이 분양보증을 받은 사업장이었던 만큼 시공사 부도 이후 HUG 입장이 공사 재개의 관건이었다. HUG는 협력업체 주도로 공사를 이어가는 데 동의했고, 이후 진행되는 공정에 대해서만 보증과 관리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대표는 "HUG 직원들도 협력업체들이 부도난 현장을 완공하겠다고 나서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환급 처리될 줄 알았지만 실제로 공사가 재개되자 HUG도 방향을 바꿔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제일건설 "책임 피하지 않겠다"

제일건설 측도 일부 자구안을 마련했다. 지난 5월 제일건설과 계열사 에버종합건설은 함열읍 현장에서 미분양 물량 중 10여가구를 분양해 공사재원을 마련했다. 현재도 신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유 대표는 "제일건설 측이 자구책 실행과 신규분양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아직 준공까지 잔여 공사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윤여웅 제일건설 대표는 현장 운영비 약 30억원과 임직원 인건비·퇴직금 약 60억원을 사재로 충당했다. 위기 상황에서 대표 개인이 직접 돈을 투입해 급한 불을 끈 것이다. 유 대표는 "형사 고발까지 이어진 퇴직금 문제도 제일건설이 책임지고 풀었다"며 "'잘했다 못했다'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힘을 모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제일건설은 법원의 회생 계획안 제출 요구에 따라 내부 자산 매각을 전면 검토 중이다. 전체 채권 확정 절차가 이달 마무리되면 다음 달 중 회생계획안이 제출되고, 인가 여부는 9~10월께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협력업체들도 법원이 수용할 수준의 자구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제일건설과 매주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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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표는 "이 사태를 만든 1차 책임은 제일건설에 있지만, 지금은 누구 탓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며 "우리가 버티지 않으면 현장은 멈추기에 끝까지 가보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건설위기 보고서' 글 싣는 순서
<1-1> 공사 멈춘 건설현장, 무너진 일용직 삶
<1-2> "3~4곳 추가 부도"…정리대상 된 중견 건설사
<2-1>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
<2-2> 다주택 규제 완화, 지방 부동산 회복 열쇠
<3-1> "하루하루 피 말라" 흔들리는 하청·후방업계
<3-2> 대형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
<3-3> LH·지자체도 임금체불
<3-4> 대통령도 나섰다…수직 구조 개혁 시급
<3-5> 불법 재하도급 없이 버틴 이 회사
<3-6> 무너진 현장에서 손잡았다
<4-1> 외국인 건설인력, 내국인 일자리 잠식
<4-2> '외국인 규제' 아닌 '내국인 보호'로
<4-3> 채산성 악화 근본 원인 '잦은 재시공'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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