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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영국에서 배운다]英 에너지·기후 거버넌스는 어떻게 변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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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기후변화법 제정 이후 3차례 조직 개편
에너지기후변화부서 탈탄소·CfD·용량시장 도입
BEIS 거쳐 러-우 전쟁 후 에너지안보넷제로부로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CCUS 등도 지원
독립기구 기후변화위원회 통해 정책 일관성 유지

"에너지 및 기후 정책을 총괄하는 새 부처는 기존 부처와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존 산업 및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에너지·기후변화 거버넌스가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영국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E3G의 매트 웹(Matt Webb) 부국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국기자협회와 ㈔넥스트가 진행한 '2025 언론인 해상풍력 연수'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기후에너지 부처는 기존 부처와 독립적인 형태를 갖추어야 혁신적인 정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 영국에서 배운다]英 에너지·기후 거버넌스는 어떻게 변화했나 영국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E3G의 매트 웹 부국장이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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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를 떼어 붙이거나, 산업통상자원부에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떼어 붙이는 식의 조직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매트 부국장은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DECC)부터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를 거쳐 최근 에너지안보넷제로부(DESNZ)까지 영국의 다양한 기후·에너지 부처에서 기업 및 사업 부문의 에너지 전환 등을 담당했다. E3G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촉진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英, 기후변화법 이후 세 차례 정부 조직 개편

영국은 지난 2008년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 제정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에너지 및 기후변화 부처를 개편했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는 2008년 환경부의 기후변화 업무와 기업부의 에너지 업무를 총괄하는 에너지기후변화부를 신설했다.


당시 영국에서도 한 분야가 다른 분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토론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매트 부국장은 "그동안 서로 다른 부처에서 추진하던 에너지 믹스와 탄소 감촉 정책을 하나의 부처에서 결정하다 보니 내부적으로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며 "이를 통해 혁신적인 정책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만약 기존 부처에 새로운 기능을 통합했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토론은 어려웠을 것이란 의미다.


에너지기후변화부는 출범 이후 속도감 있게 탄소 감촉 및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까지도 당시 만들어진 정책의 틀이 유지되고 있다.


에너지기후변화부는 탄소 최저 가격제도(CPF·Carbon Price Floor)를 도입해 석탄발전소의 폐쇄를 유도했다. CPF로 탄소 가격이 높아지자 경쟁력이 약해진 석탄발전소들은 잇따라 문을 닫았다. 당초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실제 종료 시점은 2024년 9월 30일로 1년 앞당겨졌다.


영국은 2017년에는 캐나다와 함께 탈석탄연맹(PPCA·Powering Past Coal Alliance)을 결성해 지금은 글로벌 탈석탄 캠페인을 전개하는 국가가 됐다. 연수 기간 중 런던에서 만난 줄리아 스코룹스카 PPCA 사무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한 공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목표 시점을 설정한 이후에는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PCA에는 국내 지자체 중 충청남도, 전라남도, 강원도, 경기도, 제주도, 서울시, 인천광역시, 대구광역시가 가입해 있다. 스코룹스카 사무국장은 "한국 중앙 정부가 가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 영국에서 배운다]英 에너지·기후 거버넌스는 어떻게 변화했나 줄리아 스코룹스카 탈석탄연맹(PPCA) 사무국장이 영국 런던에서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 하고 있다. 강희종 기자

에너지기후변화부는 차액계약제도(CfD)를 도입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CfD는 발전사업자와 정부가 일정한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시장 전력 가격(도매가격)과의 차액을 정산하는 제도다. 시장 가격이 계약가격보다 낮으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고 시장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높으면 발전사업자가 초과 이익을 정부에 환급한다.


클라이밋그룹의 올리 윌슨 RE100 및 에너지 담당자는 "CfD 제도를 통해 특히 해상풍력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며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전환, 영국에서 배운다]英 에너지·기후 거버넌스는 어떻게 변화했나 클라이밋그룹의 올리 윌슨 RE100 및 에너지전환 담당자가 영국 런던에서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 하고 있다. 강희종 기자

영국은 석탄발전을 폐쇄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증가하자 전력 공급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에너지기후변화부는 태양광,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용량시장(capacity market)을 도입해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했다.


용량시장이란 전기를 실제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도록,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전력 자원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다.


가스발전소나 에너지저장장치, 수요반응(DR) 등이 정부와 계약을 맺고 전력 공급 상태를 유지하면 실제 발전 여부와 관계없이 연간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은 용량 시장 도입을 통해 가스발전소가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가교 역할을 하도록 했다.


2016년 보수당 소속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취임하면서 영국은 에너지기후변화부를 기업혁신기술부(BIS)와 통합해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로 개편했다.


BEIS는 산업 성장과 에너지 정책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경제발전과 기후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BEIS는 조직이 거대해지면서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받아야 했다.

'에너지안보' 중요성↑…DESNZ, 원전·CCUS도 지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달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BEIS의 기능은 다시 분리됐다. 203년 리시 수낙 총리는 에너지안보넷제로부(DESNZ)를 신설하면서 에너지 부문을 집중적으로 담당하게 했다. DESNZ는 2024년 노동당 소속 키어 스타머 총리 집권 이후에도 존속되고 있다.


DESNZ는 에너지 공급 안정과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에 두면서도 원자력발전, 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다양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의 95%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저탄소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다.

[에너지전환, 영국에서 배운다]英 에너지·기후 거버넌스는 어떻게 변화했나

영국 노동당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올해 5월 국영 에너지 기업인 그레이트브리티시에너지(GB에너지)를 설립했다. GB에너지는 향후 5년간 83억파운드를 투자해 풍력, 태양광, 수소, 원자력, CCUS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영국은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기저 발전원으로서 원자력에 대한 투자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사이즈웰C 원전에 대한 142억 파운드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또 소형모듈원자로(SMR) 프로그램에 25억 파운드를 투입할 예정이다. SMR 개발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는 롤스로이스가 선정됐다.


영국에서 에너지 전환은 기후 위기 대응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에너지 요금을 안정화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매트 웹 부국장은 "E3G의 분석에 따르면 넷제로 정책의 결과로 2030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또 다른 에너지 위기가 와도 비용을 3분의 1로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이것이 영국에서 에너지 전환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적 기후변화위원회가 자문·감시…정권 바뀌어도 일관성

영국이 성공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2008년 제정된 기후변화법이다.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관련 국내법이다. 이 법은 제정 당시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 목표는 2019년 기후변화위원회(CCC·Climate Change Committee)의 자문을 바탕으로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10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기후변화법에 따라 영국은 탄소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5년 단위의 탄소배출 상한선인 '탄소 예산(carbon budget)'을 수립한다. 탄소 예산은 기후변화위원회의 자문을 고려해 정부가 정한다. 의회는 탄소 예산을 바탕으로 탄소예산명령을 제정한다.


영국의 탄소중립 거버넌스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 기후변화위원회다. 2008년 기후변화법에 의해 설립된 국가 단위의 독립적인 법정 자문 기구다. 위원회는 온실가스 장기 배출 목표에 대한 자문, 탄소예산 설정에 대한 근거 및 자문, 배출감소 목표에 대한 진행 상황 평가 등의 역할을 한다.


위원회의 위원들은 2년에서 최대 5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위원들은 국가에 의해 지명되지만 어떠한 이해 기관이나 단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정부의 의견이나 의사 결정이 기후변화의원회의 자문 또는 평가와 다를 경우에는 그 이유에 대해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의회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승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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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위원회는 영국 기후 및 에너지정책이 정권에 따라 큰 변화 없이 일관성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리이밋그룹의 올리 윌슨은 "영국이 에너지전환에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정당과 무관하게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당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재생에너지가 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런던(영국)=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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