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장성 에어컨 설치 노동자 사망 사건
경찰 과실치사 송치 불구 노동청은 '무혐의'
“작업 중단·휴식, 이제 법으로 지켜야 할 권리”
"우리는 무엇을 구조하고, 누구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사회입니까?"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 실외 노동자들의 생존은 여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8월 13일 전남 장성군의 한 중학교 급식실. 입사 이틀째였던 27세 청년 노동자 양준혁 씨가 에어컨 설치 작업 도중 열사병 증세로 쓰러졌다. 회사는 곧장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양 씨는 학교 화단에 누워 50분 넘게 방치됐다. 그제야 119 신고가 이뤄졌고,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열사병이었다.
2일 고용노동안전지킴이 손상용 운영위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구조적 재난'이라고 말한다. 손 위원장은 "열사병은 체온 조절이 무너지는 급성질환으로, 사망률이 절반을 넘는다"며 "하지만 대부분 현장에선 적절한 대응 체계도, 쉴 공간도 없다"고 했다.
손 위원장은 '물·그늘·휴식'이라는 고용노동부 지침이 현장에선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휴식은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됐고, 하청이나 이주노동자들은 쉬기조차 어렵다"며 "물만 주면 끝이라는 인식이 많고, 휴게시설은 너무 멀거나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양 씨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은 지난해 12월 하청업체 유진테크시스템 대표와 현장 책임자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광주지방노동청은 올해 6월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와 유진테크시스템 관계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실내 작업이었고, 현장에 물이 있었기 때문에 예방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손 위원장은 "열사병 증상을 동료들이 목격했고, 구조 요청이 한참 뒤에야 이뤄졌음에도 노동청은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며 "유가족은 이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구조 자체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폭염 특보 시 작업 중지를 의무화하고, 이에 따른 임금보전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냉방시설과 음수대, 휴게공간 설치 역시 강제돼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위원장은 "이건 단지 날씨 문제가 아니다"며 "법과 제도가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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