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은행장 방성빈)이 민간은행 최초로 국내 중형조선사 HJ중공업에 미화 1억6400만 달러 규모의 선수금 환급보증(Refund Guarantee·RG)을 단독 발급하며 조선업 금융지형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부산은행은 1일 이번 RG 발급이 지난 5월 금융위원회 면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중형조선사 수주가이드라인 준수 RG 면책적용' 제도 시행 이후 첫 사례로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없이 민간은행이 전면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보증은 HJ중공업이 2024년 11월 그리스 선주로부터 수주한 8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중 2척의 건조계약 이행을 위한 조치로 정책금융기관의 RG 한도 소진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부산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선박 1척을 포함해 2척 전량에 대해 전격적으로 보증에 나선 것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민간은행들이 중형조선사 재무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수년간 RG 발급을 꺼려온 가운데, 이번 발급은 부산은행이 선박의 사업성과 산업적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선제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HJ중공업은 방산 특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국내 유일의 중형조선사로, 최근에는 친환경 연료 기반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수주 확대에도 불구하고 RG 발급 한도가 상시 걸림돌로 작용, 민간은행의 전면 참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산은행은 "중형조선사의 현재 재무 상황에만 얽매이지 않고, 수주의 미래 성장성·산업적 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심사기준을 적용했다"며 "민간 금융기관이 산업 회복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부산을 대표하는 은행의 과감한 지원 덕분에 추가 수주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K-조선 재도약을 위한 중심축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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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이 발급한 RG 대상 선박 2척은 각각 2026년 7월과 10월 인도 예정으로, 업계는 이번 사례가 중형조선사 금융지원 모델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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