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년 묵은 게임이 여전히 '인기게임'
빅게임은 글로벌 정면승부 가능한 게임
수년간 예고편 공개하며 기대감 높여야
한국 게임산업 맏형 격인 넥슨이 '게임산업 위기론'을 꺼내들고 정체된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빅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 퀄리티를 글로벌 초대형사와 정면승부가 가능할 정도로 높이는 동시에, 최종발매 수년 전부터 매력적인 트레일러(예고편)를 공개하면서 해외 이용자 기대감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용현 넥슨코리아 개발 부사장 겸 넥슨게임즈 대표가 24일 경기 성남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기조강연에서 "현재 게임시장은 정체에 빠졌거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예컨대 국내 PC방 순위를 보면 출시한 지 10년 넘은 게임들 위주고, 글로벌 스팀 순위 상위권도 절반 이상이 5~10년 묵은 게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넥슨 같은 국내 대형 게임사는 이른바 '빅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박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가 언급한 빅 게임이란 지금까지 한국 게임업계에서 만들어 온 '대작'과는 다른 개념이다. 기존 대작을 초월한, 글로벌 최강자와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초대형 게임을 말한다. 박 부사장은 "국내 게임사는 꾸준히 대규모 게임을 만들어 왔지만 한국 기준 대작이었고 오히려 늦게 출발한 셈"이라며 "중국이나 동유럽은 이미 시작했다. 중국의 '검은 신화: 오공'은 중국 외 판매량이 750만장에 달하고, 체코의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는 출시 첫날 비용을 모두 회수했다"고 했다.
게임 퀄리티뿐 아니라 마케팅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게임사는 최종 발매 직전 2개월간의 집중적인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지만 이는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이라 가능한 방식"이라며 "해외처럼 최종 발매 수년 전부터, 늦어도 1년 전에는 게임 플레이가 담긴 트레일러가 나와줘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올해 출시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어바우드'는 5년 전부터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당시 영상은 1인칭 시점으로 무기와 마법을 동시에 다루는 판타지 게임이라는 특징을 담았다. 박 부사장은 "이렇게 이른 시점에 게임을 공개하는 것은 제작 효율이 떨어지는 등 개발팀에 꽤 부담이 가는 정책"이라면서도 "글로벌 최대 규모 게임사인 유비소프트도 수년에 걸쳐 트레일러를 내놓으면서 기대감을 높인다"고 덧붙였다.
위기의식은 앞선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의 환영사에도 드러났다. 이 대표는 "게임업계는 산업 전반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같은 기술 흐름이 더해지며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넥슨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멀티플랫폼 전략과 파트너사와의 공동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지식재산(IP) 중심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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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는 2007년 시작돼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넥슨의 게임산업 지식 공유 행사다. 올해 NDC는 오는 26일까지 사흘간 넥슨 사옥 및 일대에서 열린다. 넥슨 그룹 안팎의 다양한 업계 인사들은 직접 강연자로 나서 총 10개 분야에서 49개 강연을 진행한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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