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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깨졌다"…공정위 칼 빼자 건설업계 ‘무상보증’ 흔들[Why&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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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중흥건설 ‘부당지원’ 판단, 과징금 및 고발
수수료 없는 3.2조 '공짜 보증'에 철퇴
공정위, 호반에 이어 무상보증에 강경한 입장
"업계 관행 깨졌다"…내부거래 감시 본격화

건설업계의 관행인 '무상 신용보증'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중흥건설이 계열사인 중흥토건에 수조 원 규모 자금보충약정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에 대해 '부당지원'으로 판단, 과징금과 함께 검찰 고발까지 단행하면서다. 건설사들의 신용보강 관행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행 깨졌다"…공정위 칼 빼자 건설업계 ‘무상보증’ 흔들[Why&next] '자금보충약정'을 통한 총수일가 지원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80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조치를 받은 중흥건설의 본사 사옥. 중흥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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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 회장 아들에게 '공짜 보증'으로 경영권 승계 지원"

공정위는 중흥건설이 2015년부터 올해 2월까지 10년간 중흥토건과 계열사 6곳에 제공한 3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난 무상 보증"이라고 판단했다. 중흥건설이 시행사업에서 시공지분은 물론, 보증 수수료도 받지 않고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중흥건설이 총수 2세인 정원주 부회장이 지배하는 중흥토건에 사실상 경영권 승계 명분의 사익을 지원했다고 봤다. 1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중흥건설을 검찰에 고발했다.


자금보충약정은 A회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B회사가 부족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약속이다. 사실상 연대보증에 준한다. 공정위는 "자금보충약정을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부당지원 행위로 제재한 첫 사례"라며 시장에 강한 경고를 보냈다. 다만 중흥건설의 창립자이자 현재 그룹의 회장인 정창선씨는 혐의 증거 부족을 이유로 고발 대상에서 빠졌다.


중흥건설그룹 관계자는 "자금보충약정 무상보증은 업계 전반에서 오랫동안 활용된 협력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80억원을 아끼려고 위법을 했겠느냐"며 "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였으며, 실질적으로도 사업 기회를 공유한 만큼 일방적 지원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흥건설에서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호반그룹도 2014~2018년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13개 계열사에 무상 지원한 혐의로, 2023년 공정위로부터 1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해당 사건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이른바 '벌떼 입찰' 조사를 계기로 드러났다. 호반 측은 "비계열사들도 수수료를 받지 않았기에 특혜는 아니다"고 반발하며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2심인 고등법원은 호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대법원 상고가 진행 중이다.

계열사 간 '무상 자금보충약정' 사라지나
"관행 깨졌다"…공정위 칼 빼자 건설업계 ‘무상보증’ 흔들[Why&next]

두 업체 모두 업계 관행이라고 하나, 이를 대하는 공정위의 태도는 일관적이다. 신용보강이 '무상'으로 지원될 경우 부당지원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건설업계 전반의 신용보강 관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체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가 아닌 중견 건설사에 그동안 '무상 보증'은 계열사 성장 지원과 내부 협력 차원에서 흔한 일이었다"며 "앞으로는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시공지분 없이 보증을 서는 일은 법적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업계는 공정위의 조치가 일회성 단속이 아닌 구조적 경고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흐름에는 공감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처벌은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며 "명확한 가이드라인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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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정위는 중흥·호반 사례 모두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보증수수료율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했다. 이와 관련해 "주금공은 금융보증 전문기관인데, 이를 일반 건설사 내부 거래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방식의 협의가 이뤄지는 민간 거래 특성을 감안하지 않는 일률적 잣대는 향후에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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