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보수 이슬람 지역 아체주서 공개 태형
이슬람 율법 적용…도박, 음주도 처벌
보수 이슬람 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 특별자치주(州)에서 혼외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남녀가 공개적으로 100대의 회초리를 맞는 태형을 받았다.
연합뉴스는 AFP 통신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아체주 법원은 혼외 성관계를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남녀에게 태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태형은 주도인 반다아체의 한 공원에서 다른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행됐다. 이날 남녀 피고인은 한 번에 10대씩 모두 100대의 회초리질을 각각 받았다.
남녀 집행관은 갈색 옷으로 온몸을 덮고 두건으로 얼굴까지 가린 채 피고인들의 등을 나무 회초리로 내리쳤다. 2019년부터 아체주는 여성 피고인은 여성 집행관에게서 태형을 받도록 하고 있다. 태형이 집행되는 동안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지방인 아체주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이슬람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샤리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아체에서는 혼외 성관계, 동성애, 도박, 음주는 물론이고 여성이 몸에 붙는 옷을 입거나 남성이 금요일 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에도 태형을 받는다.
이날도 도박과 음주 혐의로 기소돼 태형을 선고받은 다른 피고인 3명에게 함께 형이 집행됐다. 이들은 모두 49대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리자 사아두딘 자말 반다아체 시장은 "우리는 (혼외) 성관계, 음주, 온라인 도박을 저지른 이들에게 태형을 집행했다"며 "이는 지역사회 전체에 도덕적 교훈이 되고 피고인들에게는 회개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올해 2월에도 아체주 정부는 동성끼리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남성 2명에게 공개 태형을 실시했다. 당시 두 남성은 20회씩 맞은 뒤 잠시 형을 멈추고 상처를 치료하기도 했으며, 한 남성은 형 집행이 끝난 뒤 움직이지 못해 업혀서 실려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 단체는 이 같은 처벌에 대해 "잔혹하다"며 공개 태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아체주 주민들은 오히려 태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체주는 1945년 인도네시아가 독립을 선포할 때 자치권을 조건으로 인도네시아 연방에 합류했다. 이후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오랫동안 독립운동이 벌어졌고, 2001년 중앙정부로부터 특별자치주로 인정받으며 자치권을 보장받는 대신 인도네시아에 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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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도네시아 의회는 2022년 12월 혼외 성관계와 혼전 동거 등을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내년부터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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