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당선' 공식 붕괴 현상 잇따라
순천 무소속·담양 조국혁신당 단체장 당선
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에서 승리한 가운데 전남 동부권의 정치 지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때 '민주당의 철옹성'으로 불리던 지역에서 공천 중심 정치가 무너지는 조용한 균열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의 '정치 관성'은 오랫동안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순천과 담양에서는 그 공식이 무너지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순천에서는 지난해 총선 당시 비례정당 조국혁신당이 40%를 넘는 지지를 얻으며 기존 구도가 붕괴되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됐다. 그보다 앞선 2022년엔 무소속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유권자들은 더 '정당 간판'으로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순천 조례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선화(58·가명) 씨는 "예전엔 민주당이면 그냥 찍었죠. 요즘은 공천보단 누가 일을 잘할지, 책임질지를 먼저 봐요"라고 민심을 전했다.
담양에서는 지난 4월 군수를 뽑는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 후보가 당선되며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전남에서도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곳에서 유권자들은 새로운 선택을 했다. 이는 단순히 선거 결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광주대학교 정치학과 정 모 교수는 이를 두고 "정치적 감정의 지각변동"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담양은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감정의 싸움이었다"며 "지역민들의 정당에 대한 감정 자체가 변하고 있으며, 그 흐름이 순천·광양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정당을 보고 표를 던졌다면, 이제는 후보 개인의 실력과 태도를 보고 판단한다. '무소속 = 불리하다'는 공식도 서서히 깨지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의 정보력 향상, 다양한 후보군에 대한 접근성 증가와 맞물린다.
무소속 당선자가 등장할 수 있는 지역은 과거엔 '변방'이었지만, 지금은 전남 정치 1번지인 순천에서조차 그것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순천과 담양은 더이상 정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지역이 아니다. 오히려 두 지역은 정치가 바뀌어야 지역이 바뀐다는 유권자들의 자각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전북대학교 박경미 교수(비교정치)는 '정당 중심 정치에서 유권자 중심 정치로의 전환이 지역 민주주의 성숙을 보여주는 상징적 변화'라고 평가한 논문을 통해 유사한 맥락을 제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지역정당 구조에 대한 연구에서 "공천 중심 정치문화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정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전남에서 나타나는 무소속 및 신생 정당 선호 현상을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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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보다 인물, 구호보다 실적, 중앙보다 현장. 지금 전남에서 벌어지는 이 조용한 정치 변동은 단순한 선거 결과를 넘어서는 흐름이다. 순천과 담양에서 시작된 이 '정치적 균열'은 과연 전남 전역, 더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호남취재본부 이경환 기자 khlee276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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