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회복-美 대중견제 타협점 찾아야
12·3 계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도 현안
오는 4일 출범하는 대한민국 새 정부는 거대한 국제질서 재편 흐름의 한 가운데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기존의 자유주의 통상질서가 구조적 전환기를 맞는다는 외교 전문가 진단에 따라 향후 5년은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정교한 외교 전략이 요구될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균형을 상징하는 '4강(强) 외교'의 회복, 고도화된 북핵 이슈까지 고차원 방정식을 세밀히 풀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美 '폭탄 관세' 불확실성 지속
당초 차기 정부의 최우선 핵심 과제로 꼽혔던 '대미 상호관세 협상'은 미국 내에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이 극대화할 전망이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넘어선다며 무효화했으나, 항소심에서 백악관 측의 '효력 정지'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은 "한미 관세 협상은 미시적 과제"라며 "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경제질서 혼란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새 질서 변화의 방향성을 정확히 읽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자유주의 통상질서의 근간인 무차별 원칙(MFN), 나아가 세계무역기구(WTO)는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의 통상외교 전략에 대해서는 "동지국과의 연대 외교를 강화해야 하며, 그 중심 플랫폼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며 "새 정부는 CP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 및 활용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하는 경제동맹체다.
![격변하는 세계 정세…고차원 방정식 풀이 시급[새정부 핵심현안]](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3011163481170_1748571395.jpg)
차기 정부의 대중 전략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중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중 견제' 동참 압박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첨단기술·반도체 등 경제 안보 영역을 넘어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와도 연계돼 있다.
북핵 문제도 만만치 않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달리 북한의 핵심 협력국으로 러시아가 부상하면서 고차원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일 협력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공조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향후 북미 대화 재개 국면에서 이른바 '한국 패싱'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軍 개혁·전략적유연성 대응…차기 정부 고민 커진다
새 정부가 맞이하게 될 안보 상황은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집약할 수 있다. 내부적으론 12·3 비상계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외부적으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한반도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그런 만큼 새 정부 최우선 당면 과제는 '군 개혁'이 될 전망이다. 우선 대선 후 12·3 비상계엄에 대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주요 지휘관들은 재판을 받고 있지만 아직 전반적인 진상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면서 "장병들도 언제 자신에게 수사의 칼날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상황으로, 속도감 있는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로 동요하는 군심(軍心)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12·3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국군 방첩사령부, 국군 정보사령부 등 군 정보기관 개혁론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기엔 기무사령부 계엄문건 사건의 여파로 기무사가 해편되고 안보지원사령부(현 방첩사)가 신설되는 변화가 이뤄진 바 있다.
국방 분야의 문민화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군(軍)·육군사관학교 중심의 카르텔 형성이 12·3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 까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방부 장관 문민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의힘 역시 군 출신 국방부 장관 임용 시 일정 기간 제한을 두는 등 문민통제 원칙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외적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 들어 본격화되는 '주한미군 역할 조정론'도 새 정부가 맞이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미국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6·25 전쟁 이후 70여년간 유지돼 온 대북 대응 태세 구축이란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對)중국 견제 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에 이어 재래식 전력까지 강화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한미 양국이 최근 주한미군 2만8500여명 중 4500여명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외신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28일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해 "전략적 유연성은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며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보장하려면 때로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선 한 발 나아가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론이 관세, 방위비 분담금 등과 패키지로 협상 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 변화는 다가올 수밖에 없는 미래"라면서 "새 정부에선 이처럼 주한미군의 역할이 바뀔 때 발생하는 안보적 공백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메울 것인지, 혹은 미·일과의 군사적 협력관계 강화로 풀어나갈 것인지 등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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