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설치에만 '수억원'
투자비 회수에만 10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민간 대상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사업이 첫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ESS 사업은 전기료가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한 후 사업자가 언제든 쓸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인데, 시간대별로 전기료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지자체의 지원금 규모도 턱없이 작아 사업자들이 좀처럼 나서지 않고 있다.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자가 발전용 ESS를 보급한다는 정부 방침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SS 보급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원 예산을 끌어올리고 시간대별 전기료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역 내 400㎾h급(2개소) ESS를 신규로 설치할 경우 공사비 10%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공모 사업을 공고하고 지난달 말까지 모집했으나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으로 ESS 지원 사업을 시작한 건 광주시가 처음이다. 지원 대상은 자가용전기설비 소유자였다. 자가용전기설비는 전기사용자가 발전해 생산된 전기를 직접 사용하기 위해 사업장에 설치하는 설비로 대표적인 분산 전원으로 꼽힌다.
광주시 내 지원 대상자는 적지 않다. 전기기술인협회에 따르면 현재 관내 자가발전설비는 총 8950개소에 달한다. 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지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시는 설비 설치 과정에서 공사비의 10%를 지원하되 1개소당 5000만원씩 최대 1억원으로 한도를 정했다. 하지만 현행 계절·시간별 전기요금의 차이를 고려하면 5억원을 투자했을 때 투자금 회수까지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ESS 설치에 수억 원이 드는데 10% 지원 수준으론 설치를 유인할 수 없다"며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조건에서 민간이 나서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업이 관심을 끈 건 지자체 차원의 첫 지원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 공모가 무위에 그치면서 사용 전력이 남는 시간대 전기를 저장하고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에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력 효율을 높여 계통을 안정화하겠다는 사업 취지는 무색해졌다. 특히 호남지역 변전소는 용량이 포화해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된 상태다. 이 지역은 오는 2031년 말까지 신규 발전소 건립이 사실상 제한돼 ESS 도입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ESS 보급 부진은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3년 8.3%에서 2038년까지 29.2%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약 91GW의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최신 원전 90기가량에 맞먹는 용량이다.
광주시는 최근 투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용량을 300㎾h급으로 낮춰 지원 공고를 다시 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지원 규모를 높이기보다 전기요금 격차를 키워 사업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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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ESS 가격이 비싸 투자 대비 수익 창출이 어렵다"면서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을 한없이 퍼줄 수도 없는 만큼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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