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운영 단일 법인 책임제
복잡한 인허가 줄이고 속도전
기업형 임대發 월세 상승 우려에
"단순 분양 목적엔 매력 없어"
앞으로 3기 신도시 역세권 공공택지가 '프로젝트 리츠'에 우선 공급된다. 정부는 '좋은 땅을 줄 테니 대신 끝까지 책임지고 운영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개발만 하고 빠지는 단기 분양 방식 대신 운영까지 맡는 사업자에게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은 교통 인프라를 갖춘 2기 신도시에서 시작한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부동산산업 선진화를 위한 리츠 및 PF 정책 설명회'를 열고 올해 하반기 시행을 앞둔 프로젝트 리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관련 부동산 법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마련한 자리다. 250석 행사장에 600명 넘는 인파가 몰려 설명회를 두 번 나눠서 진행했다. 복도엔 자리가 없어 서서 듣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 시장이 장기간 위축되면서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프로젝트 리츠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절차 간소화한 '프로젝트 리츠'…시장 신뢰 높여 종합디벨로퍼 육성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여러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건물 같은 부동산을 사고 임대 수익이나 매각 차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주식회사를 말한다. 일반 투자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프로젝트 리츠는 이 방식을 기반으로 하되, 영업인가 없이 신고만으로 설립할 수 있고 개발 중에 공시(17건)와 보고(22건) 의무도 각 1건으로 줄어 부담이 덜하다. 개발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리츠다.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것도 일반 리츠와 다른 점이다.
국토부는 자산운용사들과의 회의에서 프로젝트 리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는 리츠가 직접 개발에 참여하기 어려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통해 우선 개발한 뒤 준공 후 다시 가치를 평가해 리츠가 인수해야 하는데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라는 현장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핵심은 디벨로퍼나 자산관리회사가 분양만 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 회사가 개발부터 운영까지 맡아 시장 신뢰를 높이고, 자기자본 중심의 종합 디벨로퍼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벌이면서 보증에 의존한 대출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라며 "선진국에서는 디벨로퍼가 자기 자금을 30~40% 들고 오는 경우는 드물고, 유한책임출자자(LP)들이 그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한국은 사업 구조가 불안정해 LP들이 쉽게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 방식 개선 등 추가 대책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운영까지 책임지는 사업자에겐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우량용지 일부를 공모 방식(수의계약)으로 우선 공급한다. 또 도심 내 유휴부지를 토지주가 현물 출자하면 법인세나 양도세 부과를 이익 실현 시점으로 미루는 방안을 과세당국과 협의 중이다. 개발자가 완공 후 부동산을 직접 운영하면 용적률 상향, 공공기여 감면 등 특례를 주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 내년 중 PF관리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행사들이 설계 단계부터 안정적인 임대 수입이나 자산 가치 상승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랜드마크 건물이나 우량 오피스처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존엔 분양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과잉 상가, 부실 운영, 일반 수분양자에게 리스크 전가 같은 부작용이 반복돼 왔다. 특히 역세권 우량 입지들은 잘게 쪼개 분양되면서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공실도 많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책임운영 개발사업이 자리 잡으면, 이자 부담이 큰 PF 방식도 점차 지분 투자 중심의 안정적인 모델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일본 최대 부동산 기업 '미쓰이 부동산'은 임대 30%, 분양 30%, 관리 등 기타 30%로 사업을 나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리츠가 임대료 올릴라' 우려에…"단기 분양형 사업자엔 제약 커"
일각에서는 기업형 장기 임대가 확산하면 임대료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주택 임대시장에 진입하면 공실이 발생해도 임대료를 쉽게 내리지 않고 버틸 수 있어 전체 시장 가격이 끌어올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리츠는 건물을 다 짓고 나서 영업인가 전에 해산해도 문제삼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주거용 부지도 프로젝트 리츠로 개발은 가능하지만, 운영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단순 분양 목적의 사업자가 굳이 선택할 유인은 크지 않다"며 "단기 분양 사업자 입장에선 오히려 제약이 많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리츠는 준공 후 1년 6개월 뒤 영업인가를 받아야 하고 5년 안에 공모도 해야 한다. 자기자본 규제와 공시 의무 등 진입 장벽도 낮지 않다. 프로젝트 리츠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차입할 수 있고 특별결의를 거칠 경우 최대 10배까지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최소 9% 이상의 자기자본은 갖춰야 한다.
다만 정부는 상업·업무시설 사업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경우 주거용 부지와 함께 묶어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주택은 빠르게 분양 수익을 낼 수 있으니 이를 통해 리츠로 조성한 비주거 시설의 초기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와 비주거 용지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수익성을 조절하는 교차 보전 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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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개발사업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PF사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동산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이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사업시행자는 사업 협약 체결, 토지 매입, PFV·리츠 설립, 인허가 신청 중 가장 이른 시점으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토부에 사업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 항목에는 사업 개요, 인허가 진행 상황, 공정률·분양률, 금융 약정·금리·잔액·연체 여부 등 PF 관련 핵심 금융 정보가 모두 포함된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정부는 PF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제도는 2027년 6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국토부는 그전까지 하위 법령 마련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계획이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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