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량의 백금으로 프로필렌(propylene)을 생산할 수 있는 신개념 촉매가 개발됐다. 프로필렌은 플라스틱, 섬유,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제품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원료로,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이 값싼 금속 갈륨(Ga)과 알루미나(Al2O3)를 기반으로 백금을 극소량(100ppm, 0.01%)만 사용한 촉매를 개발해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12일 밝혔다.
프로필렌은 프로판(propane)에서 수소를 떼어내는 '프로판 탈수소화(PDH, propane dehydrogenation)' 공정으로 생산한다. 그간 이 공정에서는 백금 촉매가 널리 사용돼 왔다. 백금이 탄소와 수소 사이의 결합을 끊고, 수소를 제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까닭이다. 다만 백금은 가격이 높고, 반복 사용할 때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을 보인다.
이에 연구팀은 갈륨과 알루미나를 기반으로 극소량의 백금을 넣은 촉매를 설계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이 촉매는 기존 고농도 백금(1만ppm)을 사용한 상용 촉매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갈륨으로 프로판의 탄소-수소 결합을 활성화해 수소를 떼어내고 프로필렌을 생성하면, 백금이 표면에 남은 수소 원자를 결합해 수소 기체(H2)로 전환해 촉매 표면에서 제거하는 것이 새로운 촉매의 핵심 원리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두 금속의 역할이 분담돼 백금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동시에 고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백금과 갈륨의 비율이 적절할 때 최적의 성능을 나타내는 것도 입증했다. 또 이상적인 조성 비율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도 제시했다.
백금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때 백금 입자가 뭉쳐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소결(sintering)' 현상도 해결했다. 연구팀은 세륨(Ce)을 소량 첨가해 백금 입자의 뭉침을 억제하는 데 성공, 20회 이상 반응과 재생을 반복했을 때도 촉매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최민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백금 사용량을 기존 대비 1/100 수준으로 줄여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이를 토대로 촉매 비용 절감, 교체 주기 감소, 폐촉매 감소 등 경제·환경적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향후 대규모 공정 실증과 상업화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연구팀이 개발한 신개념 촉매가 산업 현장에 실제 적용된다면 프로필렌 생산의 경제성과 효율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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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한화솔루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연구 결과(최민기 교수 교신저자, 박사과정 이수성 학생 제1 저자 참여)는 최근 화학 및 화학공학 분야 학술지 '미국 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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