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는 '당나라 튀김'…중국 전래 요리법
양계장 늘어나면서 '닭 튀김'으로 굳어져
일본 도시락, 이자카야에 빠지지 않는 안주가 있다면 닭튀김인 '가라아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가라아게,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요? 오늘은 일본의 가라아게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재료를 기름에 튀기는 요리법은 중국에서 전래했습니다. 그래서 가라아게를 일본어로 '唐揚げ'라고 쓰는데, 한자를 뜯어보면 '당나라 당(唐)'자에 튀김(揚げ)이 합쳐진 형태입니다. 한마디로 당나라 튀김이라는 뜻입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튀김옷을 묻혀 튀기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기름에 데치듯 튀기는 방식이었는데, 이렇게 재료에 아무것도 묻히지 않고 바로 튀기는 요리를 또 '빌 공(空)'자를 써서 '空揚げ'라고 불렀다고 해요. 이것도 일본어에서 '가라(から)'로 읽어 가라아게라고 했다고 합니다. 둘이 같은 소리가 나다 보니 겸사겸사 가라아게로 굳어졌다는 설입니다.
원래 가라아게는 닭튀김이 아니라, 두부, 야채 등 다양한 재료를 튀겨 간장 소스에 끓이는 등의 형태였다고 해요. 이것이 지금은 닭튀김으로 굳어지게 된 것인데요.
닭튀김으로 굳어지게 된 것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유력한 것은 시대적 배경에 영향을 받았다는 설입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식량난을 막겠다는 취지로 국가 주도로 양계장을 많이 지었습니다. 이 때문에 원래 소고기보다 비쌌다는 닭고기가 점차 서민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자재가 됐다고 해요. 실제로 우리가 아는 가라아게의 발상지는 일본에서 양계장이 많은 오이타현의 북부지방입니다. 오이타현은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전국 톱으로 꼽힐 정도로 닭고기를 많이 먹는 지역인데요.
그 중 나카츠씨와 우사시는 가라아게의 발원지로 불리기도 하죠. 우사시의 중화요리점 라이라이켄이 원조 가라아게 가게로 불리는데, 양계장에서 출하할 수 없는 닭을 4조각 내 뼈 있는 상태로 튀겨낸 것이 가라아게의 원조 형태였다고 해요. 이 가게에서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인접 지역에서 닭을 튀겨먹는 문화가 확산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우사시에서는 '가라아게는 우사시로부터'라는 슬로건까지 내걸면서 가라아게 투어 지도까지 만들어 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라아게는 오이타현을 중심으로 발전하다가, 도쿄의 닭요리점으로 퍼지면서 본격적인 서민 안주와 도시락 반찬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식문화에 담긴 역사라고 할 수 있죠.
가라아게로 생기는 논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탕수육 '찍먹', '부먹' 논쟁과 비슷한데요. 바로 가라아게에 같이 나오는 레몬을 가라아게에 뿌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레몬이 가라아게의 느끼한 기름을 잡아주니 산뜻한 맛을 위해 뿌려야 한다는 파, 그리고 가라아게의 원래 맛은 고소한 기름이 뿜어져 나오는 것에 있는데, 레몬을 뿌리면 이를 시큼하게 해친다면서 절대 뿌리면 안 된다는 파로 갈리는데요. 아무래도 가라아게가 다 같이 집어 먹는 메뉴로 나오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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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료품 업체 포카에서 조사한 결과로는 '가라아게에 레몬 뿌릴 때 한 번만 물어봤으면 좋겠다'라는 응답이 30%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20·30대가 레몬을 뿌리는 비율이 더 높다고 해요. 이 때문에 '차라리 본인 앞접시에 먹을 만큼만 레몬을 짜서 찍어 먹는 게 낫지 않느냐'라는 의견도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도 탕수육 소스 부을 때 '너 혹시 찍먹이니?'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처럼 말이죠. 재미있는 논쟁입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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