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작은 규모에서 빠르게 번져
소규모 산불, 시·군·구에서 대응
"초기 대응도 산림청·소방청에서"
기후 변화로 초대형 산불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산불 대응체계를 종합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불이 급속도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초기대응을 기초자치단체 중심에서 소방청·산림청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8일 입법조사처의 '최근 산불대응 관련 주요 쟁점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산불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지만, 대응 체계가 그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2020년대 들어 산불은 대형화하고 피해 범위도 커지는 추세다. 2010년대 대비 2020년대 산불 피해면적은 7.8배, 100만㎡ 이상 대형산불은 3.7배 증가했다. 지난 3월 영남권 산불 역시 강풍으로 인해 급속도로 번지며 피해면적이 10만4000ha에 달했다.
이처럼 산불이 초기에도 큰 규모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현행법이나 지침에서는 소규모 산불 혹은 산불 초기대응 과정의 책임자를 기초지자체로 규정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산림청을 산불대응 주관 기관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불 규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산불 현장 통합지휘본부장이 돼 지휘하도록 돼 있다. 중·소형산불의 경우 특별자치시장·특별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산불 현장을 지휘하게 된다.
산림청의 '2025년도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산불 대응 발령기준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초기대응' 단계에서도 지휘권자는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지자체다. 특히 예방진화대 45명, 산불공무원 5명 등 50명의 진화인력과 관할 진화 헬기만 운용하도록 돼 있다. 이에 유제범 입법조사관은 "이번 산불재난처럼 발생 초기 강풍에 의해 급속히 확산할 경우 현행 산불대응 발령기준에 따른 시·군·구 차원의 초기대응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필요할 경우 소방관서와 공동 대응할 수 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적기 협조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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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산불 초기대응 시기에도 진화 여력이 충분한 산림청·소방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 조사관은 "산불 발생 시 조기 진화를 위해 초기대응 단계부터 시·군·구가 아닌 산림청, 소방청 또는 시·도 차원에서 주도하도록 하고, 단계별 발령 기준도 4단계에서 2~3단계로 줄여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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